[밀물썰물] 직원 감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사건·사고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 등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무결점, 무사고, 고효율적 직무 수행을 구성원들에게 주문한다. 구성원의 실수나 비리 행위가 조직 존립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상당수 조직은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에 시달린다. 최근 신한은행에서는 직원이 3년간 17억 원을 빼돌린 뒤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BNK경남은행에서는 한 직원이 3089억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 직원은 여성 숙직실 샤워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직원 관리는 신의 영역인 것인가. 경영진은 매일 살얼음판 위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읊조린다.
경영진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눈부신 기술 발전 덕분에 ‘직원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직원들의 인터넷 검색 내역, 소셜미디어 활동, 인쇄 문서 내용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컴퓨터 마우스 움직임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직원 음성과 얼굴 표정을 인식해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도 상용화된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 최첨단 기업과 연구진은 뇌와 컴퓨터를 연동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머지않은 미래엔 경영진이 직원들의 무의식까지 읽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특히 MZ나 Z세대가 이런 ‘최첨단 감시’를 용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위압적인 직장문화 때문에 현재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관리자가 뒤쪽 책상에 앉아 자신들의 모니터를 지켜보는 구조로 된 사무실 배치 관행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첨단 직원 감시’ 시도는 노사 갈등 요인이 될 우려도 높다. 실제로 국내 한 기업은 이런 시스템 도입을 반발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명의 도둑을 잡지 못한다는 격언도 있지만 감시와 규제를 앞세운 역사 속 파시즘 국가들은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완벽한 감시를 꿈꾸기보다는 직원 등 구성원을 한층 더 배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근무 여건 개선과 성과 보상, 인사·피드백·소통 시스템 등을 정비해 직원의 업무 주체성과 책임감을 높이는 노력들이 한층 수준 높은 ‘직원 감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