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백지화 지역 필수의료 포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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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문의조차 없어… 사실상 교육 불능
의료 개혁 멈추면 필수의료 실현 어려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조건으로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러나 10일 현재 부산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는 여전히 복학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지난해 입학생들이 여전히 복학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 신입생들마저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함께 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또 한 번 이겼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의대생 복귀 후 학업 차질 없이 진행’이라는 약속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공허한 말일지 최근 조사된 사립 의대의 올 상반기 교원 채용 상황은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의대 증원에 맞춰 교원 채용이 32.5%에 불과한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대 교육은 파행을 넘어서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의료계는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 강화,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의료 개혁의 핵심은 지역과 필수 의료의 개선이지만 정작 그 본질은 온데간데없다.

지난해 2월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과대학 증원 2000명 발표 이후 1년여간 의정 갈등으로 우리 사회는 큰 희생을 치렀다. 특히 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대형 병원이 전공의들의 이탈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상당수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해 3조 3000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환자 단체의 반발에도 의료사고 시 의사에게 형사 특혜를 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철회 등 조건까지 붙이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힘겹게 진전시킨 필수의료 개선책이 결국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의료 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개혁 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서 의료 개혁이 멈추면 필수의료 정책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의료 개혁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의 표명이다. 의사 인력 확충은 공공·지역·필수 의료 붕괴와 응급실의 과중한 부담에 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와 사회적 필요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계속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필수의료 서비스의 붕괴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책임과 비난은 결국 의료계에 돌아갈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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