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재선거 나선 울산시의회, 8개월 갈등 봉합될까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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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기표 소송에 의장 공백 장기화
이성룡 의원, 의장직에 세 번째 도전
안수일 의원, 법적대응 예고 변수로
내년 지방선거 염두 계파 갈등 심화
시의장 ‘막강 권한’에 자리다툼 치열

울산시의회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시의회 전경. 부산일보DB

속보=울산시의회가 오는 20일 후반기 의장 선거(부산일보 지난 5일 자 11면 보도 등)를 다시 치르기로 했다. 8개월 가까이 지속된 의장 공백 사태를 해소할지, 지루한 법정 공방을 되풀이할지 갈림길에 섰다.

16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성룡 의원을 당 후보로 확정했다.

이 의원이 후반기 의장직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애초 이 의원(3선)은 지난해 6월 제8대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국힘 의원총회에서 안수일 의원(현재 무소속·2선)과 양자 대결 끝에 10 대 10 동수를 기록했다. 이날 다선 우선 원칙에 따라 의장 후보는 이 의원이 선출됐다.

그러나 전반기 부의장을 지낸 이 의원은 ‘전반기 의장단, 후반기 양보’ 약속을 깨고 의장으로 도전해 논란을 빚었다. 동수를 기록했지만 후보로 뽑히지 못한 안 의원은 의총 결과에 불복해 그해 6월 25일 본선거에 도전했다.

그러나 본선거 당일 두 사람은 세 차례 투표에도 11대 11 동수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의원 당선 횟수를 따져 이 의원이 의장으로 뽑혔다.

문제는 검표 과정에서 ‘이중 기표’ 용지가 나오면서부터다. 이 의원은 의장직에 오른지 한 달여 만인 8월께 법원의 의장 선출 효력 정지 가처분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번째 국민의힘 의총은 지난해 11월 열렸다. 이 의원은 안 의원과 같은 진영인 김기환 전 의원과 대결해 다시 의장 후보로 결정됐다. 의장 재선거는 같은달 18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의원이 막판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결국 두 후보 모두 사퇴하는 것으로 결정, 재선거는 없던 일이 됐다.

의장 공백 사태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법원 판결은 지난달 20일 나왔다. 하지만 1심은 ‘선거 결과는 취소한다’면서도 ‘누가 의장인지에 대한 청구는 각하한다’는 다소 모호한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재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의장 후보를 선출하는데 세 번째 의총까지 가게된 셈이다.

현재로선 의장 재선거에서 이 의원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 22석 중 19석을 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의회가 이번 의장 재선거를 계기로 정상화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의원과 의장 자리를 놓고 소송을 벌인 안 의원이 의장 재선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재선거를 강행한다면 또다시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재선거에서 이 의원이 당선하더라도 안 의원 행보에 따라 사태는 다시 원점이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안 의원은 “자신을 의장으로 명확하게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항소한 상태다.

시의회 의장 선거가 파행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부의 파벌 다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차기 시장선거를 앞두고 자기세력 구축을 위한 중량급 정치인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의회 계파 갈등에 반영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성룡 의원과 김기환 의원이 다시 맞붙은 지난 12일 의총에서도 1차 투표 9대 8, 2차 투표 10대 8로 이 의원이 간신히 승리했다. 그러나 두 쪽으로 갈린 파벌 다툼이 여전히 심각한 것이 득표 수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의총 결과에 승복하고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과 야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으로 의원들의 서약까지 받았다.

시의회 의장의 권한이 막강한 것도 의원들이 목을 메는 이유다. 울산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 83명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울산시 의전 서열 2위로 관용차량(카니발)과 운전기사, 비서실장(4급), 수행비서 등이 배속된다. 월 업무추진비는 442만 원으로 연 5304만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의장 자리에 오르면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시의원들의 낯 뜨거운 ‘감투 싸움’과 법정 공방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최근 국민의힘은 당내 의총을 통해 의장 재선거를 결정했지만, 오히려 또다시 파행을 예고하는 모습”이라며 “시민의 대표기관을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자리 다툼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은 무능한 정치 행태를 반성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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