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름다운 길
이봉재 (주)이화기술단 대표이사
출근길에 만나는 부산 좌수영로는 운전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하루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된다. 좌수영로의 도로 구조는 시내 유사한 도로와 차이가 없겠지만, 중앙분리대의 느티나무가 갖는 아름다운 수형과 하부를 구성하는 꽃댕강나무와의 조화로움, 충분히 넓은 보도와 병열 벚꽃나무의 풍성함이 도로 조경의 극치를 이루는 것 같아 부산 시민으로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현재 공사 중인 휴먼브릿지 사업은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잇는 보행전용다리 건설공사로 광안대교에 이은 부산의 명물 교량이 될 것이다. 내년 1월 준공되면 수영사적공원, 수영팔도시장, 영화의전당, 비콘그라운드가 도보로 연결되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처럼 제한된 도시 공간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산다는 것은 최소 생활기반 조성과 교통, 공해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행태 면에서도 부정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고층 빌딩은 건물이 점차 높아져 하늘이 좁아지는 느낌으로 사람 살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없다. 해운대 어귀 삼거리를 지나며 느끼는 고층빌딩의 위압감은 자연친화적 도시 설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도시의 아름다움이란 주로 이러한 도시 경관의 질에 대한 표현이며 이러한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제반 요소들 사이의 상호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도로 경관은 그 도시의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는 척도가 되며 도시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는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도로와 건축물을 비롯한 구조물, 가로수, 간판, 각종 가로시설물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도시 공간에서 각각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능적인 면을 충족시켜야할 뿐 아니라 다중의 시민이 이용하는 공적 공간이기 때문에 미적인 면에서도 충실하여야 한다.
김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공항로의 경우 조성 초기에는 넓은 개방감과 함께 아기자기한 조경 식재가 부산 방문객에게 선진 도시의 이미지를 주었다면 현재는 정체되어 가는 도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부조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부산이 고령화 도시로 접어들었다 하는데 도시 환경마저 고령화된다면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은 꿈만 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길은 시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취시킨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가로 공간은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아름다운 길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을 고려한 설계가 반영되어야 하고 세월의 연륜이 켜켜히 쌓여 시민의 삶이 녹아들어야 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길이 되어야 한다. 구남로, 광안해변로 같은 아름다운 길은 시민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며 건강한 사회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볼품없이 늙어가는 시내 도로 경관이 시민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길로 점차 재생되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