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린 문’…46년 만에 집에 돌아오는 동래읍성 인생문 문명석
1979년 발견, 부산박물관 보관
동래구청 신청사 맞이 장기 대여
'임란 피난민 목숨 건져' 전설도
18일 동래읍성 인생문 문명석이 동래구청사 유적전시관에 전시된다. 사진은 부산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문명석. 부산박물관 제공
임진왜란 때 피난 간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동래읍성 인생문의 문명석이 46년 만에 부산박물관에서 동래구로 돌아온다.
17일 부산 동래구청에 따르면, 18일부터 부산 동래구 동래구청사 유적전시관에서 동래읍성 인생문 문명석이 전시된다. 문명석은 부산시 기념물 제5호 동래읍성의 성문 중 하나인 인생문의 문패 역할을 했던 돌이다. 길이 105.5cm, 너비 31cm, 두께 7~10cm의 직사각형 화강암 위에 두께 2.5cm, 깊이 2cm 정도의 '人生門'(인생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문명석 전시는 오는 19일 동래구청의 신청사 개청식을 맞아 부산박물관 측과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장기 대여 방식으로 결정됐다. 문명석은 18일 오전 부산박물관에서 원래 있던 자리인 동래읍성 인생문을 지나 전시 장소인 동래구청 유적전시관으로 옮겨진다.
1979년 동래읍성 인근에서 논둑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된 문명석은 부산박물관에 기증돼 야외 전시장에 전시됐다. 이후 2005년 동래읍성 복원 당시 활용이 검토됐으나, 200년 가까이 된 문명석을 새로운 돌과 함께 쌓을 때 강도 차이 등으로 손상될 가능성도 있어 무산됐다. 현재 인생문에는 기존 문명석을 탁본해 새롭게 만든 석재가 활용됐다.
인생문은 동래읍성의 동장대에서 북장대로 이어지는 고개에 있던 성문이다. 정확한 최초 건립 위치와 용도 등은 불분명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1735년 동래부사 최명상이 건립한 인화문이 19세기 들어 인생문으로 이름이 바뀐 채 등장한다.
이름이 바뀐 이유와 정확한 의미도 전해지지 않지만 크게 2가지 설이 있다. 먼저 임진왜란 때 이 문이 난 방향을 통해 피난 간 사람이 모두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서 ‘사람을 살린 문’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또 당시 성내에서 죽은 사람의 시신과 상여가 나가는 문으로 쓰여 ‘인생무상을 일깨운 문’이라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장준용 동래구청장은 “문명석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 무척 기쁘다”며 “동래구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래읍성 인생문 전경. 부산시 제공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