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D-5, 규칙도 방법도 못 정한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 이견 못 좁혀
23일 시한까지 성사 불투명
“정책 경쟁 실종됐다” 비판도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 단일화’가 결정됐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후보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단일화 시한인 23일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문항과 표본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단일화 성사 여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17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정승윤·최윤홍 후보 측은 이날 오후 1시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 실무진은 조사 기간, 문항, 표본 크기, 유·무선 비율 등 구체적인 여론조사의 ‘룰’을 정하려 했지만 어느 것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방식을 찾고 있다. 구체적인 합의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해야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수 단일화 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15일 가상번호 ARS(자동 응답 시스템)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투표용지 인쇄 전인 23일까지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이 일정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론조사 기관이 가상번호를 받으려면 조사 10일 전까지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요청해야 해서 투표용지 인쇄일을 넘기는 탓이다. 이후에는 특정 후보가 사퇴해도 이름 옆에 ‘사퇴’가 표기되지 않아 단일화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현 시점에서 추가 여론조사를 하려면 ‘무작위 전화 걸기(RDD)’ 방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RDD 방식은 무작위로 생성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를 발급받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여론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유무선 전화 면접 조사 방식도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채택 가능성이 낮다.
문제는 RDD 방식이 가상번호 ARS 방식보다 조사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이 일정하지 않아, 원하는 표본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전화를 걸어야 한다. 응답자의 연령, 성별, 지역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는 과정도 시간이 걸린다. 지난 9일 진행된 ‘중도보수 4자’ 단일화에서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기관 한 곳당 약 1600명을 이틀 만에 조사했지만, 같은 규모를 RDD 방식으로 조사하려면 최소 3~4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늦어도 20일에는 여론조사를 시작해야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두 후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도진보 진영의 김석준 후보는 “중도보수 후보들이 단일화 논의에 빠져 교육 정책 논의를 소홀히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