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전통 혼례 명소였는데…’ 예비 부부 발길 뜸한 부산 공공예식장
지난해 12곳서 혼례 11건 그쳐
이용 저조 탓 6년 새 5곳 줄어
부대 비용 들고 노후화도 한 몫
시, 예식비 지원 등 활성화 나서
지난 17일 부산 동래구 충렬사 광장에 설치된 야외 전통혼례장 시설물 곳곳이 녹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채 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고물가 시대에 저렴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공 예식장들이 부산에서도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예비 부부들 관심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해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공공예식장 이용 건수는 11건으로 집계됐다. 공공예식장은 구청 강당과 공원 등 기존 공공시설 중 일부를 시민들이 결혼식 용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한 장소다.
올해 부산 공공예식장으로 운영되는 장소는 △서구청 다목적홀 △부산시민공원 △금정구청 대강당 등 12곳이다. 지난해 이 가운데 7곳은 예식이 1건도 없었다. 예비 부부의 발길이 뜸해지자 공공예식장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2019년 부산시 공공예식장은 17곳이었지만, 6년 사이 5곳이 줄었다. 남구청 대강당 웨딩홀은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고, 북구문화빙상센터는 리모델링 후 결혼식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공공예식장 이용도가 낮은 이유는 결혼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결혼식은 ‘가성비’보다 고가의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몰 웨딩’을 고려하는 예비 부부에게도 공공예식장은 매력이 떨어진다. 공공예식장 대부분이 장소만 제공하거나 의자 등 최소한의 용품만 갖췄고, 식사나 음향 장비 등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곳이 대다수다. 외부 업체를 섭외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 기성 예식장과 비교해 가격에서 큰 장점이 없는 곳도 있다. 수영사적공원 등 일부 시설은 주말 이용이 불가능한 단점도 있다.
일부 시설은 노후화가 심각하다. 충렬사 야외 전통혼례장에 비와 햇빛을 막는 용도로 2000년 설치된 구조물은 기둥 곳곳엔 녹이 슬었고, 페인트가 벗겨진 상태다. 지붕에는 먼지와 오염물이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지난해 6건으로 부산 공공예식장 중 그나마 혼례 건수가 가장 많았던 장소이지만, 10년 전까지 한 해 100건 정도 혼례가 열린 시절보다 크게 줄었다.
충렬사 측은 자체 경비 300만 원을 들여 다음 주 중 도색에 나설 계획이지만, 체계적인 시설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충렬사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년마다 벗겨진 페인트를 긁어내고 도색 작업을 벌이지만 야외에 설치된 시설 특성상 한계가 있다”며 “매년 부산시에 관리 예산 편성을 요청하지만 반영이 안 됐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공공예식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부산시는 올해 처음 ‘공공예식장 작은 결혼식 지원 사업’ 참가자를 모집했다. 부산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부부 20쌍에게 예식 비용 1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선정된 예비부부는 100만 원을 꾸밈, 대관료, 촬영 등으로 쓸 수 있다. 부산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예비부부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예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청사, 공원 등 공공시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