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가 미는 ‘제약·바이오’…금감원·한국거래소 도 넘은 갑질에 업계 “죽을 맛”
사모펀드·벤처캐피털에 역대급 갑질
“상장 1년에 1개만 시킨다” 협박
업계 “사실상 상장 포기하라는 것”
“추가 투자 유치 어려운 보릿고개”
지난 2월 열린 제2회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 개최 홍보물.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올해 들어 중소벤처기업부의 눈물겨운 제약·바이오 살리기가 지속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엇박자 정책으로 업계에선 ‘고사 직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장 여부를 무기로 회사나 사모펀드(PE), 벤처캐피털(VC) 등에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어 업계에 대한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제약·바이오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2월엔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직접 참가해 벤처·스타트업 투자서밋도 열었다. 또 같은 달 한·일 바이오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 양국 바이오 협력도 강화했다.
아울러 이달 6일에도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바이오 기술가치평가 협의체’를 신설했으며, 11일엔 제약·바이오 전문가와 기업들을 모아 생태계 고도화 방안도 논의했다.
중기부의 이런 노력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침체를 막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는 긴 침체의 터널을 걷고 있다. 벤처뿐 아니라 제약사를 포함한 전 영역에서 긴축경영이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코로나19 시기 출자자(LP)들의 막대한 자금력이 끊기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과 거래소가 유일한 탈출구인 코스닥 상장까지 사실상 막고 있어 업계 고사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부에서 기술특례상장은 1년에 1개만 시킬 것이라고 했다”면서 “사실상 상장 포기하라는 것 아니냐. 정말 죽을 맛”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만 그런 게 아니다. 금감원도 리픽싱 등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비율을 싹 다 다시 안 고쳐오면 영원히 상장 못할 회사로 낙인찍겠다는 말로 협박까지 하고 있다”면서 “역대급 갑질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상장심사 철회 쪽으로 선회하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약 상장심사를 받았다가 거래소로부터 최종 미승인 조치를 받을 경우, 꼬리표가 달려 재상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간신히 상장한 회사들도 이들 압박에 못 이겨 공모가를 낮춰서 상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동국생명과학과 오름테라퓨틱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보다 각각 30%, 17% 공모가를 낮춘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의 갑질이 하루이틀이냐 새삼스럽다”면서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상장을 못하면 VC도 엑싯(exit)할 수가 없는 구조로,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지금 같은 시기엔 추가적 투자 유치도 어려워 보릿고개를 넘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사장은 특례상장 관련을 찝어 의견이 낸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