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왜 국가의 흥망성쇠는 반복될까?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피터 터친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다. 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그중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하고, 소수의 사회만이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지 못한다.
피터 터친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계 이론에서 성공했던 방법론을 적용하여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터친은 위기를 불러오는 네 가지의 구조적 요인을 언급한다. △엘리트 과잉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과잉생산인데,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된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 이후 대학 졸업자를 양산하며 엘리트를 과잉생산한 지 40년이 넘었고, 2000년대 이후로는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되었다. 특히 양당 체제의 한계로 인해 승자독식과 정치적 복수가 반복되면서 국가의 존립기반 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반드시 되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또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끔찍하고(수많은 사람의 죽음, 엘리트층 혹은 지배계급의 절멸이나 몰락 등),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지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의 정당성마저 취약해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찾는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 터친 지음·유강은 옮김/생각의힘/424쪽/2만 38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