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하려다 사망사고 내자 블랙박스 은폐하고 도주한 30대, 항소심서 감형된 이유는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속도로 추돌사고 현장에서 사고 여파로 도로에 쓰러져있던 부상자를 자신이 몰던 견인차로 치어 숨지게 했음에도 피해자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낸 뒤 도주한 3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9일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견인차 기사 A(32) 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 방면 상번천졸음쉼터 부근에서 30대 B 씨를 자신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역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에 앞서 B 씨는 같은 날 오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비상경고등을 켜지 않은 채 1차로에 정차한 20대 C 씨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크게 다친 B 씨는 차에서 내려 고통을 호소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차량 옆에 주저앉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최초 출동한 도로공사 및 소방 관계자 다수가 이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사고 소식을 들은 A 씨가 견인차를 몰고 현장에 왔다가 간 뒤, B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전까지 의식이 있는 듯 보였던 B 씨는 갑자기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마찬가지로 심정지 상태였던 C 씨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모두 숨졌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서 A 씨 차량이 도로 위에 앉아 있던 B 씨를 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견인을 위해 A 씨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1∼2차로에 서 있던 B 씨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누워있던 B 씨를 충격한 것이다.

A 씨는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차에서 내려 B 씨 차량 블랙박스 카드를 챙긴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 관계자에게 "차량 휠 부분이 고장 나서 견인이 어렵다"고 둘러댄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추돌사고로 다쳐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견인차로 쳐 역과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이후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꺼내 은폐한 점 등으로 미뤄 과실이 중하다. 유족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나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피해 차량을 손괴한 혐의(사고후 미조치)에 대해선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3000만 원을 공탁했으나 유족들이 수령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사고 당시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