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임랑해수욕장과 어싱
조선 단종 2년(1454년)에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 임을랑포라는 지명이 나온다. 지금의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와 월내리 일대 해변을 합쳐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임을랑포는 적을 방어하는 주된 성책이 있는 갯가란 뜻이다. 이곳 주민들은 예부터 바닷가 백사장 뒤편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한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에서 따온 임랑(林浪)을 지역 이름으로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두 가지 자연경관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지역명으로 삼았을까.
조선 후기 기장 지역의 빼어난 경치와 유적을 노래한 작자 미상의 가사 문학 작품인 ‘차성(車城·고려 때 생긴 기장의 별칭)가’에도 ‘임랑천에서 물고기 잡으며 놀다가 송림 위로 달 떠오르면 조각배 타고 달구경 하면서 뱃놀이를 즐겼다’는 구절이 있다. 특히 달빛이 비치는 호수 같은 임랑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게다. 임랑해수욕장의 밤바다 월출과 윤슬이 자아내는 그윽한 정취, 조선시대부터 기장팔경에 꼽힌 이유다.
임랑해수욕장은 부산 7개 공설 해수욕장 중 하나다. 이곳은 도심에 가깝고 수많은 사람이 붐비는 해운대·광안리 등과 달리 근교에 위치해 한적하고 정감 어린 시골 해수욕장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번잡하지 않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임랑해수욕장에서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과 맨발로 걷는 어싱족이 늘고 있다. 총 길이 278.8㎞인 부산 산책로 갈맷길의 북쪽 시작점인 데다 주변에 가수 정훈희·김태화 씨 부부가 운영하는 ‘꽃밭에서’와 ‘웨이브온’ 등 크고 작은 카페가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백사장 남단 입구 박태준(1927~2011) 전 총리의 생가 옆에 포스코 철강 신화를 창조한 고인을 기리려고 2021년 12월 개관한 기념관은 짧은 기간에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는 22일 오후 임랑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상의, BNK금융, 부산일보사가 지난해부터 공동 개최하는 다섯 번째 행사다. 어싱(Earthing)은 자연친화적인 곳에서 발바닥을 지표면과 접지하는 맨발 걷기를 통해 심신 건강을 다지는 웰빙(well-being) 운동을 말한다. 당일 많은 이들이 길이 1.5㎞의 고운 백사장을 맨발로 거닐며 봄기운과 바다 풍광을 만끽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이 행사는 지난해 해운대·광안리·다대포·송정해수욕장에 이어 오는 5월과 9월, 각각 일광·송도해수욕장에서도 마련될 예정이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