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돌봄 떠맡은 '영 케어러', 우리가 돌본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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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잇따라 기부금 2억 원 모여
기업·개인·시민사회 함께 참여

영 케어러인 A(15) 군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영 케어러인 A(15) 군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사각지대에 놓인 ‘영 케어러’(부산일보 2월 4일자 8면 등 보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산 지역 사회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과 개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며 2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 지역 영 케어러를 위한 후원금 모금액이 2억 18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영 케어러는 중증질환, 장애, 치매 등을 앓는 조부모·부모의 간병과 생계를 책임지는 아동·청소년을 뜻한다.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국내에선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한다.

재단에 따르면 사단법인 국제로타리 3661지구는 가족 돌봄 아동을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차세대 기업인클럽은 사랑나눔걷기대회 성금 1300만 원을 전달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부산과 전국 가족 돌봄 아동 82명을 대상으로 의료·생계·학습·주거 지원 등을 위해 1억 5000만 원을 후원금을 냈다.

개인 기부도 활발하다. 손기윤 후원자가 2000만 원, 송춘철 와이엔케미칼 대표이사가 1000만 원, ㈜아이에스 김인석 회장이 1000만 원, KT서비스남부가 500만 원을 각각 기부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일보〉 보도를 접하고 부산진구 재단 사무실을 직접 찾아 월 1만 원씩 소액 정기 후원을 약속한 시민도 있었다.

기업들의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TBH글로벌은 ‘그린브릿지’ 캠페인을 통해 판매 수익금의 3%를 가족 돌봄 아동 지원사업에 쓰기로 약정했다. 고래사어묵은 초록우산 후원자가 구매한 제품의 수익금 5%를 기부하고 있다. LG전자는 4월부터 부울경 베스트샵 매장에서 가족 돌봄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기 후원 캠페인을 진행한다. 후원을 결심한 고객들에게는 감사 선물을 전달한다.

재단은 부산시, 부산시사회복지관협회와 함께 향후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협약과 방안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재단은 지난해 부산에서 약 100명의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을 발굴해 1억3000만 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한편, 부산시와 부산사회서비스원은 영 케어러와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하고, 맞춤형 사회서비스 연계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청년 돌봄이음 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대상자 발굴과 서비스 신청을 위한 통합 접수창구를 지역 내 최초로 개설해 상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가족 돌봄 청년은 2022년 기준 약 3900명, 고립·은둔 청년은 적게는 7500명에서 많게는 3만 1708명으로 추산된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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