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기각론’ 들끓어도 ‘나의 대선 시계’는 돌아간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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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보폭 넓히는 여권 잠룡

겉은 탄핵 반대, 속은 대선 그림
오세훈 시장, 책 출간 인기 몰이
한동훈 전 대표, TK서 토크쇼
홍준표 시장 “항상 차기 준비”
안철수 의원 “당내 경선에 최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길어지는 가운데 오세훈(왼쪽부터)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은 제 갈 길을 가며 연일 보폭을 확장 중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길어지는 가운데 오세훈(왼쪽부터)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은 제 갈 길을 가며 연일 보폭을 확장 중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탄핵 기각·각하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권 잠룡들은 제 갈 길을 가며 연일 보폭을 확장 중이다. ‘탄핵 반대파’를 자처하며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부터 본인에게 험지격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은 한동훈 전 대표 등 유력 주자들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집필한 저서 〈다시 성장이다〉가 오는 24일 출간을 앞두고 사전 예약 단계에서부터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오 시장의 비전을 담은 책 출간은 6년 만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집필이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책에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대한민국의 철학과 비전 등을 담았다고 한다. 오 시장은 출간 이후 북 토크 등 형식을 갖춘 오프라인 행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최근 지지층을 의식한 메시지도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탄핵 찬성인지 반대인지 애매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정면 돌파하듯 오 시장은 최근 탄핵 반대 목소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과 선고 지연 상황을 고려할 때 기각 쪽 두 분, 각하 쪽 한 분 정도 계시지 않겠나”라며 “(저를)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 본인이 나서 ‘탄핵 반대파’를 자처한 건 지지층 여론을 의식한 대권 차원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전날 본인에겐 험지로 여겨지는 TK 지역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한 전 대표는 전날 대구 경북대 캠퍼스에서 토크쇼 행사를 가졌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보수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며 “보수 지지자 중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분이나, 저나 큰 틀에서는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를 찾아 고개를 숙인 건 오 시장과 비슷한 지지층 확장 행보로 풀이된다. 오 시장과 달리 ‘자연인’ 신분의 한 대표는 타 여권 잠룡과 비교해 노골적인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저서 출간을 통해 북 콘서트 방식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중이다. 언론과의 접촉면도 늘리면서 정계 복귀와 동시에 존재감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연일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어떤 결론이든 조기 대선을 불가피하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대통령이 이미 조기 대선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이 감옥에 계속 있었으면 (탄핵) 기각 가능성이 희박했을 텐데, 나왔기에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 시장은 ‘대선 준비한다는 기사 그만 나오게 해 달라’는 지지자의 요청에 “내가 하는 일이 대구시정 외에는 늘 차기 대선 준비”라고 밝히는 등 대권 도전 입장을 굳혀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당내 경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안 의원은 이날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당내 경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였지만, 지금은 거대 양당의 후보로 나서는 만큼 경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겨냥한 ‘독설’을 뱉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오는 22일 유발 하라리 작가와 대담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공개 토론은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한 것은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된다.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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