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 인생 그린 영화 ‘승부’… 우여곡절 끝 빛 본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바둑 전설’ 조훈현·이창호 중심
승부와 인간적인 관계 잘 그려
이병헌이 조 국수 연기해 눈길
유아인 논란에 4년 만에 개봉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승부’는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를 다룬다.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바둑판 위 대결을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간다. 이병헌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극단적인 감정 안에서 정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를 연기한다. 조 국수는 한국 바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영화는 단순히 조훈현과 이창호의 바둑 대결이 아닌, 인물 간 드라마를 함께 비춘다. ‘불같은’ 스승과 ‘물 같은’ 제자가 오랜 시간 맺은 인간적인 관계는 영화의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이병헌은 “여러 자료 화면을 다큐멘터리로 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두 바둑 전설이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바둑영화인만큼 두 사람의 바둑 대결은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한 소재다. 바둑판 위 백돌과 흑돌이 마치 한 판의 게임을 하듯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는 영화의 속도감을 더해준다. 이병헌의 미세한 표정 연기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조 국수의 모습은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한다. 이병헌은 “바둑을 어떻게 두는지, 어떻게 해야 잘 두는 건지는 급한 게 아니였다”며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느낌이나 이기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같은 감정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출연을 결정하자마자 집에 바둑판을 갖다놨다”면서 “아들과 틈만 나면 바둑을 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바둑은 아니고 오목이었다”고 웃은 뒤 “돌을 올리고 두고 치우고 하는 그런 느낌을 익숙하게 했다”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형주 감독은 “저는 바둑을 하나도 몰랐다”며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이 영화를 보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이 영화는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촬영 이후 약 4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유아인은 이 작품에서 이창호 9단을 연기했지만, 이번 영화 홍보에는 함께하지 않고 있다. 이병헌은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으면서 굉장히 기대감이 컸다”며 “유아인 씨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춰봤다”고 돌아봤다.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묵한 분이더라”며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서 저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바둑같이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 연기가 훌륭할수록 저도 더 빛날 수 있다”고 했다.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논란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감독은 “(마약 혐의는)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며 “(영화 개봉이 밀리면서)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출구 쪽에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 못지않게 배우들과 제작진도 개봉을 기다렸는데, 요즘 여러 감정과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면서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상처를 받았는데, 영화 자체는 따뜻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