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 지연에 예민해진 여야… 갈등 부추기는 ‘거친 입’
전날 이재명 대표 ‘몸조심’ 발언에
국힘 “이 대표가 현행범 체포 대상 1순위”
야당 의원 향해 날달걀 투척 등 갈등 격화
이번 주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을 두고 “이 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규탄했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피습을 조롱한 안철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 정치권의 강경 대응이 만든 ‘분노의 정치’가 거리로 번지고 있다.
20일 국민의힘은 전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최 대행을 향해 조폭이나 할 법한 극언을 퍼부었다”며 “내란 선동, 테러 조장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가) 스스로 경찰청장이 돼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고 개딸 동원령까지 내렸다”며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를 받고 있고 이제 협박죄까지 저지른 이 대표야말로 현행범 체포 대상 1순위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체포라는 구체적 폭력 행위를 고무했다는 측면에서 이 대표는 내란선동죄 현행범”이라며 “탄핵만으로 분이 안 풀렸는지 테러 사주까지 하며 가학적 행태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이념은 ‘잘사니즘’이 아니라 ‘사디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권 주요 정치인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안 의원이 이 대표의 피습사건을 악의적으로 조롱했다는 게 그 이유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본인이 먼저 제안한 공개토론을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했다”며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도 'Fight(파이트·싸우자)’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 대표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한 행동”이라고 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안 의원은 의사면허를 소지한 자로서 피해 부위의 위험성, 피해 정도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단순히 목에 긁혔다’고 해 허위 사실을 공공연히 유포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고발했다고 들었다. ‘최고존엄 아버지’를 건드렸다는 것”이라며 “먼저 이 대표는 최상목 대행에게 ‘몸조심하라’고 협박한 것을 사과하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거친 입’을 통한 강경 대치를 이어가면서 지지자들 간 갈등으로도 비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백혜련, 이건태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날달걀 테러를 당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기자회견을 방해했고,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