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 지연에 예민해진 여야… 갈등 부추기는 ‘거친 입’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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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이재명 대표 ‘몸조심’ 발언에
국힘 “이 대표가 현행범 체포 대상 1순위”
야당 의원 향해 날달걀 투척 등 갈등 격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의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얼굴에 계란을 맞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의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얼굴에 계란을 맞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을 두고 “이 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규탄했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피습을 조롱한 안철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 정치권의 강경 대응이 만든 ‘분노의 정치’가 거리로 번지고 있다.

20일 국민의힘은 전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최 대행을 향해 조폭이나 할 법한 극언을 퍼부었다”며 “내란 선동, 테러 조장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가) 스스로 경찰청장이 돼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고 개딸 동원령까지 내렸다”며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를 받고 있고 이제 협박죄까지 저지른 이 대표야말로 현행범 체포 대상 1순위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체포라는 구체적 폭력 행위를 고무했다는 측면에서 이 대표는 내란선동죄 현행범”이라며 “탄핵만으로 분이 안 풀렸는지 테러 사주까지 하며 가학적 행태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이념은 ‘잘사니즘’이 아니라 ‘사디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권 주요 정치인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안 의원이 이 대표의 피습사건을 악의적으로 조롱했다는 게 그 이유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본인이 먼저 제안한 공개토론을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했다”며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도 'Fight(파이트·싸우자)’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 대표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한 행동”이라고 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안 의원은 의사면허를 소지한 자로서 피해 부위의 위험성, 피해 정도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단순히 목에 긁혔다’고 해 허위 사실을 공공연히 유포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고발했다고 들었다. ‘최고존엄 아버지’를 건드렸다는 것”이라며 “먼저 이 대표는 최상목 대행에게 ‘몸조심하라’고 협박한 것을 사과하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거친 입’을 통한 강경 대치를 이어가면서 지지자들 간 갈등으로도 비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백혜련, 이건태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날달걀 테러를 당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기자회견을 방해했고,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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