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년 만에 연금개혁 여야 합의… 정치 복원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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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 놓고 국정 협치 바람직
구조개혁에 여야 정치력 시험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극단적 갈등이 횡행하는 탄핵 정국에 여야가 모처럼 국정 협치의 모습을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에 14일 합의했지만 후속 구조개혁을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야당이 반발하며 단독 처리 움직임까지 보여서다. 지난해 5월에도 합의 직전에 좌초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한데, 막판에 야당이 ‘합의’ 조항을 수용하고, 여당은 야당이 제안한 군 복무·출산 크레딧을 받아들이면서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실종된 정치의 복원이라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은 연금보험료율(내는 돈)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기존 40%에서 43%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군 복무와 출산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레딧 제도를 12개월로 늘린 것과 국가 지급 보장 규정을 신설한 것은 청년 세대의 우려를 해소하고 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과제는 구조개혁이다. 저출생·고령화로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기 때문에 기금 건전성 확보 대책이 시급하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이자,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인 연금개혁은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기초·퇴직·개인연금과 연계한 국민연금 구조개혁안을 마련해 연내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노후 소득 유지 방안과 함께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설계하는 과정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또 연금 수령액이 여러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여야 정치권이 극단적으로 대립했지만 당사자까지 논의에 참여해 성공적인 개혁안을 도출한 바 있다. 머리를 맞대고, 이견을 좁히고, 한발 양보하다 보면 해답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뒤라면 연금개혁 논의는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하루 885억 원, 연간 32조 원씩 적자가 쌓이는 연금 재정 구조는 온 국민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 뻔했다. 국회에서의 초당적인 합의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까닭이다. 특히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여야가 살벌하게 대치하는 와중에 타협점을 찾은 점이 주목된다. 국가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제도적 틀 마련에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 준 사례다. 남은 구조개혁에서도 마찬가지다. 수권 정당을 자처하려면 연금개혁에 초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구조개혁에서 여야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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