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날씨, 강풍 타고 커진 불… 영남 할퀴다
전국 곳곳 대형 산불 10명 사상
축구장 8000개 규모 산림 잿더미
피해 의성 최대, 산청·울주군 순
사흘째 불길 잡혔다 번졌다 반복
경남·울산·경북 재난 사태 선포
주말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영남 호남 충청 지역에 국가 재난 경보 4단계 중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경남 산청군에서는 산불을 끄던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등 전국적인 대형 산불로 전국에서 축구장 약 8000개 규모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는데,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진화가 더뎌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시작된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창녕군 소속 공무원 등 4명이 22일 산불 진화 도중 목숨을 잃었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사망자 4명이 발생한 건 1996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불이 거주지까지 확산되면서 진화대원 5명과 주민 1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헬기 31대를 비롯해 인력 2243명, 진화 차량 217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오락가락하던 산불 진화율은 23일 오후 5시 현재 65% 수준이다. 산불로 피해가 예상되는 면적인 산불 영향 구역은 1362ha이고 불은 총 42km에 걸쳐 퍼져 있는 상황이다.
산청군 주민 461명이 정부에서 마련한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 임시 주거시설 13곳으로 대피했지만, 불이 이곳까지 근접하면서 주민들이 인근 다른 대피 시설로 몸을 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2일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하루 넘게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70% 수준이다. 산불 영향 구역은 180ha에 달한다.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나전리 주민 148명이 인근 2개 대피소로 이동했다.
이번 주말 전국적으로 발생한 28개 산불로 23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국토 5662ha가 불에 탔다. 축구장 약 8000개 크기에 달하는 피해 규모다. 경북 의성군이 4050ha로 피해 면적이 가장 크다. 이어 산청군 1362ha, 울주군 180ha, 김해시 70ha 순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여름 날씨와 고온 건조한 봄철 서풍이 더해져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고 짚었다. 기후 변화가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어 앞으로 산불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2일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또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경남과 울산, 경북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