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율 70% 넘겨라” 당국 안간힘에도 날뛰는 산청 화마 [잇따르는 영남 화재]
산청 산불 한때 35%까지 악화
산세 험난해 헬기는 절실한데
전국 곳곳서 화재로 분산 운용
경북 의성도 피해 4500ha 넘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피해만 확산하고 있다.
2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현재 소방·산림 당국은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진화 헬기 30여 대와 진화 인력 2200여 명, 진화 차량 200대를 투입한 상태다.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불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산불 진화율은 그야말로 오락가락이다. 산불이 발생한 21일부터 23일까지 진화율은 30%에서 70%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한쪽을 끄면 다른 한쪽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는 일이 반복되면서 현장에는 좀처럼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이 좀 더 길어질 것이란 예상과 함께 ‘마의 70%’를 넘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진화대원은 “불길을 조금 잡힌다 싶으면 다른 쪽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답답하다. 최대한 빨리 진화해야 하는데 진화 속도보다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길이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씨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다른 지역에 옮겨붙는 비화 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산청군처럼 험준한 지형에는 인력으로 불길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헬기 운용이 중요한데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나면서 헬기가 여기저기 분산됐고, 특히 현장에 짙은 연무가 끼면서 헬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야간에도 사고 위험 탓에 헬기 운용에 제동이 걸린다.
불길이 번지면서 화선(불줄기)과 화재영향구역도 대폭 늘었다. 22일 낮에는 화선 18km, 산불영향구역 290ha 정도였지만, 23일 오후 4시 기준 화선 43km, 화재영향구역은 1368ha 정도로 늘었다. 이틀 만에 6배 가까이 확대한 셈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산불 대응의 핵심은 기상 여건과 초기 대응”이라며, “공무원, 소방, 경찰, 군 등 각 기관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주민 대피, 물자 지원, 교통 통제 등이 혼선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 의성군에서도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이틀째 확산하면서 산림 피해 면적이 4500ha를 넘기고 있다. 산청군 피해 면적의 곱절이 넙는다.
소방·산림 당국은 22일, 헬기 31대와 인력 2471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밤새 16m/s의 강풍이 불면서 불길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실제 23일 오전에는 진화율이 2.8%에 그쳤으며, 오후에도 강풍이 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의성군의 산불영향구역은 4500ha, 전체 화선은 68km며, 이 중 33.6km에서 진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주택 수십여 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운남사 대웅전이 소실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