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특수’ 실종에 ‘관세 전면전’까지 내내외 악재 ‘첩첩’…버팀목 없는 한국경제
탄핵심판 장기화 속 소비부진 계속
산불 피해 확산에 지역경제도 타격
美 상호관세·車관세 등 외부충격 가중
‘산불추경’도 희망고문…여야 합의 난항
컨테이너 화물로 가득 찬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내수 부진에 따른 ‘벗꽃특수’ 실종에 미국의 ‘관세 전면전’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버팀목 없는 한국 경제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봄철 지역경제의 회복 동력으로 기대됐던 ‘벚꽃 특수’는 영남권 중심의 동시다발적인 산불과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정치불안 등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4월 2일부터는 미국발 상호관세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2분기(4~6월) 경기전망도 흐린 상황이다. ‘긴급 수혈’ 역할을 해야 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는 여야 공방 속에 표류하고 있다.
29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고, 서비스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8% 줄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인 2월(95.2)보다 1.8포인트(P) 하락했다. 절대 수준도 계엄 이전인 작년 11월(100.7)보다 여전히 낮다. 주요 업종의 카드소비도 줄었다. 올해 1월 소비 관련 대부분 업종에서 작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카드 매출이 12조 700억 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1.8%(2200억 원가량) 줄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 오른쪽은 자유통일당 탄핵 반대 집회. 연합뉴스
정치적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자영업자의 폐업 및 중산층 붕괴, 중소·중견 건설업 등의 줄도산 등이 가속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산불로 인한 지역 경제 피해까지 심각하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았다. 이번 산불로 29일 오후 8시 기준 30명이 사망했고, 산불로 인한 피해영향구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하는 4만 8238ha로 집계됐다. 시설물 피해도 계속 늘어 주택 2996채, 농업시설 1142곳 등 모두 4801곳에서 산불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정치 불안과 국가적 재난으로 ‘봄나들이’ 분위기도 시들해지면서 지역 경제와 내수는 회복 모멘텀을 또 한번 잃게 됐다.
‘미국발(發) 통상 전쟁’ 현실화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2분기 경기 전망 역시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일 세계 각국에 예외없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대미(對美) 무역 흑자국인 한국이 상호관세의 고세율이 적용되는 ‘더티 15’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더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이지만, 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핵심부품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가 공감하지만, 세부 사항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난대응 ‘예비비’ 증액에 초점을 맞추며 야권의 ‘예비비 삭감’을 부각시키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예비비로도 이번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투입은 ‘신속성’이 핵심인 만큼,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여야 추경 합의가 힘들다면, 산불 대응과 통상 대응 등 시급한 부분에 한해서라도 ‘원포인트’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목표한 2.0%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최소 1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한 상황으로, 통상 환경 변화와 산불 피해 등을 고려하면 필요 재정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보다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