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책임 과해”…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심판 받는다
부산지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수용
중처법 위헌 따질 첫 심판 이뤄져
부산 건설업체 대표가 심판 제청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 판단해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합헌 여부를 따지는 위헌 법률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중처법으로 처음 기소된 피고인 제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로 해당 법은 시행 3년여 만에 헌법에 적합한지 판단을 받게 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3부(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부산 건설업체 대표 A 씨 측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중처법에 대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은 국회가 만든 법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사건을 맡은 법원이 제청하면 대법원을 거쳐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리게 된다. A 씨 항소심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내릴 때까지 중단된다.
A 씨는 2022년 3월 부산 연제구 한 공사장에서 B 씨가 작업 도중 숨진 사고로 기소됐다. 당시 B 씨는 무게 3.3t 균형추에 끼는 사고로 숨졌다. A 씨가 대표인 건설업체는 B 씨가 소속된 업체에 주차타워 내부 단열공사 하도급을 맡긴 상태였다.
A 씨는 2023년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 위반 등을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나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문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원청 업체가 전문성을 가진 하청 업체에 업무를 맡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중대 재해에 관해 가혹할 정도의 형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란 이유 등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였다. 또 “하청 소속 근로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원청 사업주가 훨씬 중한 처벌을 받는 건 책임주의·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중처법이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법이 적용된 예전 사건까지 소급해 그 효력을 잃는다. 해당 법으로 처벌받은 경우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위헌 판단 여부가 나올 때까지 중처법이 적용된 다른 재판과 수사 등은 지속된다. 중처법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 확보 등에 소홀해 사망 사고 등이 일어나면 사업주에게 징역 1년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근거가 되는 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