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등전기요금제 지역별 전력 자립률 반영하는 게 맞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획일적 3분할, 전기료 왜곡에 역차별까지
피부 와 닿는 전기 생산지 '우대' 법제화를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가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 역차별 논란까지 초래한 가운데 전력 자급률 요인을 반영한 개선안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도매와 소매 요금 차별화를 추진했다. 정부가 제시한 방식은 부과 지역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3분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권역을 획일적으로 묶으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당초 법안이 제정된 취지와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부산을 비롯해 인천, 강원, 충남, 전남 등 5개 시도가 전력 자립률 적용을 정부에 공동 건의한 까닭이다.

3분할 요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원전과 화전 소재지 인근 지역에 실질 혜택이 없을뿐더러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지역에도 그다지 불이익이 없어 ‘차등’ 개념이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별·광역시 중 부산(174%)과 인천(186%)만 전력 자립률이 100% 이상이고 나머지는 세종(99%), 울산(94%), 서울(10%), 대구(13%), 광주(9%), 대전(3%) 순으로 편차가 크다. 정부 원안대로 부산이 비수도권으로 뭉뚱그려지면 타지역에 송배전을 의존하는 대구, 광주, 대전과 동일한 요금제를 적용받게 된다. 인천은 17개 시도 중 전력 자립률 1위를 차지하고도 서울과 같은 수도권 요금을 내는 역차별을 받는다.

원가주의 개념을 적용해 생산지와 소비지의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입법 목적을 살리려면 전력 자급률 편차가 요금제에 반영돼야 한다는 5개 지자체의 주장은 합리적인데다 긍정적 파급 효과까지 기대된다. 반도체, 데이터 센터를 비롯해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기업을 발전소 소재 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전력 자급률 기준으로 광역지자체에 차등전기료를 부과하면 국토균형발전 효과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기 생산지의 전기료가 전기를 끌어 쓰기만 하는 지역에 비해 피부에 와 닿는 수준으로 저렴해지는 데 특별법의 취지가 있다. 따라서 전기료를 왜곡시키는 3분할 요금제는 시행돼서는 안 된다.

최근 전기료 부담 탓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이전을 고려할 정도로 기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 생산지의 요금 인하는 기업에 활로가 되어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고, 기업을 유치한 전기 생산지 지역 사회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정부는 차등전기요금제를 둘러싼 요금제 왜곡과 역차별 논란을 수용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시·도별 전력 자급률에 따른 요금 산정을 명시하는 분산에너지법 개정안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기 생산에 수반되는 대기오염과 환경 훼손,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감내한 지역에 대한 우대는 정의롭다. 정부와 정치권은 ‘에너지 정의’ 실현에 주저해선 안 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