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해도 꼬이는 한화에어로…유증 축소에도 거래정지 위기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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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 원 유증에 주주 원성…‘승계 논란’ 가열
유증 축소하고 사과했지만 시장 의구심 여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에…“예상했던 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12.53%), 한화3우B(-9.59%),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한화오션(-2.27%) 등 한화그룹 주 전반이 급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12.53%), 한화3우B(-9.59%),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한화오션(-2.27%) 등 한화그룹 주 전반이 급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 상장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각종 논란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증 자금이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며 정치권의 비판까지 나오자 규모를 축소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뒤따른 것은 불성실법인 지정 예고였다. 시장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외려 상황이 더 꼬이는 형국이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이미 예상…투자자 보호 더 중요”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데 대해 이의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의 신청 기한은 오는 18일까지다.

한화에어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유상증자 축소를 하면서 예상했던 것”이라며 “벌점보다는 투자자 권익 보호가 중요하다”고 감내하겠단 뜻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한화에어로가 당초 공시한 유상증자 결정 내용 중 발행주식수, 발행금액이 20% 이상 변경된 것을 지적했다. 한화에어로가 지난 8일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예고한 금액보다 1조 3000억 원(36.1%) 축소한 2조 3000억 원으로 변경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크게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으로 구분된다. 거래소는 사유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는데 코스피는 10점 이상이면 매매가 1일간 정지된다.

유상증자 규모 변경으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 제이스코홀딩스가 유상증자 규모 축소를 이유로 벌점 4점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제공

■3.6조 원 유증에 승계 논란 계속…정치권도 가세

한화에어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0일 3조 60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증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는 초대형 유증에 주가는 다음날 13% 떨어졌고, 그룹 주식도 동반 하락하며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회사 측은 해외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시장에서는 김승연 회장 일가의 승계를 우선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에 앞서 1조 30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김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든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한화에어로가 영업으로 번 돈을 투자재원으로 쓰지 않고 한화에너지로 보내 세 아들의 증여세 재원으로 쓰게 했다는 의심을 샀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에어로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조처를 이어갔다. 지난달 31일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세 아들이 가진 (주)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됐다.

하지만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김승연 회장을 겨냥해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위 상장회사(한화에어로)가 얼마 전 자녀 소유 회사에 지분 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비전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비전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증 규모 축소하고 사과했지만…논란 계속

거듭된 논란에 한화에어로는 결국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했다. 줄어든 1조 3000억 원의 자금은 한화에너지 등을 통해 조달한다고도 했다. 유증 자금을 경영권 승계 과정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고 주주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애초에 한화에어로에서 나온 1조 3000억 원이 되돌아가는 것으로 결국 한화에너지의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유증 규모는 그대로여서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은 불가피해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지난 8일 언론 등을 대상으로 긴급 미래 비전 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충분한 설명 기회를 드리지 못해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경영적으로 옳다 해도 주주·시민단체·당국·정치권의 지지 없이 밀어붙이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사과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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