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전시장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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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에 자리한 부전시장은 나이 지긋한 술꾼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다. 선지 국밥, 조기 매운탕, 굴전 등 반주를 부르는 음식을 판매하는 노포들이 골목마다 빼곡하다. 다른 장터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학꽁치회를 포함한 모둠 회 포장 도시락도 1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올라가지만 저렴한 가격에 양까지 푸짐하다. 주머니 가벼운 노인 세대뿐만 아니라 중년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다. 서면이 청년들의 공간이라면 국내 최고 수준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부전시장은 이른바 중절모와 헌팅캡 세대들의 안식처인 셈이다.

부전시장의 역사는 6·25전쟁 이후인 195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피란민 유입 등으로 부산 인구가 늘면서 현재 위치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 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부전시장, 부전인삼시장, 부전농수산물새벽시장 등 부전동 일대 여러 개의 시장들이 합심해 부전마켓타운으로 발돋움했다. 부전시장이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종합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한자리에서 농수축산물은 물론 다양한 생필품과 가공식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히다 보니 새벽이면 싱싱한 먹거리 등을 사려는 식당 종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명절 전이나 김장철, 제철 식재료가 나올 때면 부산 사람의 상당수가 반드시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할 당시 부전시장을 다룬 영화도 나중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부전시장에도 한국 현대사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 ‘부전시장’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부전시장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실버 세대의 삶과 사랑, 죽음 등을 녹여냈다. 부전시장도 국제시장처럼 영화 특수를 누리길 기대했으나 흥행 중간 성적은 다소 저조하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굳이 영화 특수가 아니더라도 부전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맛집 탐방 코스로 자리매김하는 등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부전시장 맛집 등을 전국에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최근 늘어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부전시장 인근에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과 동해선 철도 부전역이 자리하면서 울산 등 동남권 방문객들의 방문도 이어진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극심한 불황의 계절이지만 부산의 자랑거리인 부전시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예전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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