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전임 시장 공적비 놓고 ‘시끌’
시설공단 임직원 명의 공적비
시 허가도 없이 시유지에 설치
사천시·의회, 경위 조사 착수
사천바다케이블카 개장 7년 차를 맞아 시유지에 전 시장의 공적비가 세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 사천시 대표 관광시설인 사천바다케이블카가 개장 7년 차를 맞은 가운데 때아닌 전 사천시장 공적비가 세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블카 유치에 도움을 줬다는 건데,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데다 실제 연관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사천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사천바다케이블카 매표소 옆에서 ‘사천바다케이블카 유치 공적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 공적비는 4월 13일 사천바다케이블카 개통 7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
공적비에는 정만규 전 사천시장이 유공자로, 공적 기간은 2010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로 명시돼 있다. 또한 “사천바다케이블카 유치를 위해 재임 기간 내내 노력해 준 귀하의 공적을 시설 개통 7주년을 맞아 이 비에 길이 새긴다. 사천시시설관리공단 임직원 일동”이라고 적혔다. 공단이 공적비 설치에 사용한 예산은 260여만 원이다.
하지만 공적비를 세운 것을 놓고 지역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적비 설치가 적절한지 공론화 과정이 없었고, 여기에 시민 세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존 인물의 공적비를 세운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최동환 사천시의원은 “공적비란 인물의 업적을 기리고 기념하려고 세우는데 보통 사후에 공적으로 일을 많이 했다는 판단이 될 때 충분한 검증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천시 산하기관이 공공 목적으로 사용돼야 할 시 예산을 개인을 위해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적비가 세워진 위치는 시유지인데, 공단은 시의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회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시유지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조례에 따라 검토와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번 공적비는 공단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공적 내용도 논란이다. 재임 기간 관광시설을 확대하는 건 시장으로서 당연히 임무다. 여기에 사천바다케이블카가 정 전 시장 재임 중 시작된 건 맞지만, 실제 착공은 후임인 송도근 전 시장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개통 시기 역시 송 전 시장 재임 중이었다.
한 시민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계획 변경이 있었고 조정이 이뤄졌다. 그 역할은 송 전 시장이 맡았다. 정 전 시장의 사재는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모든 공을 정 전 시장 개인에게 돌리는 공적비를 세운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천시설관리공단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는데 정 전 시장의 노력이 컸다는 여론을 듣고, 개통 7주년을 맞아 공적비를 세우는 것으로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정 전 시장이 재임 시절 환경부를 수십 번 방문하는 등 케이블카 사업 승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공적비를 제작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천시는 공단의 이번 공적비 설치를 놓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사천시의회 일부 시의원 역시 임시회 때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