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보이스피싱 가담한 유학생들 잇따른 실형… “SNS로 제안받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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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중국인 유학생들에 징역형 선고
중계기 관리 역할이나 현금 수거책으로 기소
보이스피싱 일당, SNS로 “수고비 주겠다”
구인 광고도 올려 국내 유학생 등에 접촉

부산고등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고등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실형을 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를 조작하는 중계기를 관리하거나 수거책으로 가담하다 덜미가 잡힌 결과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SNS로 수고비를 제안하거나 구인 광고로 유학생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여성 A 씨에게 지난 11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중국인 유학생인 A 씨는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부산 남구 주거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받은 휴대전화 단말기 11대와 유심칩 등을 활용해 중계기를 관리했고, 타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번호 30개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매개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은 A 씨가 관리하는 중계기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6차례에 걸쳐 1억 7297만 원 상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 씨는 중국 SNS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휴대전화를 관리하는 일을 하면 매주 수고비로 25만 원씩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A 씨는 휴대전화 단말기 전원을 시간에 따라 끄거나 켜고, 유심칩을 새롭게 교체하는 역할을 맡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외 콜센터 조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발신하는 과정에 밀접하게 관여했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했으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한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고, 국내에서 범죄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A 씨 판결에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B 씨에겐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중국인 유학생 B 씨는 지난해 7월 31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거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현금 14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같은 달 SNS 구인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알게 됐고, 현금을 받아 송금하는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같은 달 26일 전화로 서울남부지검 검사와 형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부산으로 와 금융감독원에 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라”는 거짓말을 해 B 씨에게 돈을 건네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검거되고,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서 징역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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