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파업에 현대차 울산공장 한때 긴장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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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륙금속 노조 돌발 파업
순환휴직 반발 차량 정문 봉쇄
수급 난항 빚자 현대차에 불똥
노사 입장 평행선 장기화 조짐

민주노총 대륙금속지회가 14일 회사 정문을 차량으로 막아 세우며 파업을 벌였다. 독자 제공 민주노총 대륙금속지회가 14일 회사 정문을 차량으로 막아 세우며 파업을 벌였다. 독자 제공

울산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대륙금속이 지난 14일 노조 파업과 정문 봉쇄로 납품 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 여파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한때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 노조 파업은 당일 종료됐지만 노사 갈등이 가라앉지 않아 납품 차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륙금속지회는 지난 14일 회사의 순환휴직 방침에 반발해 예고 없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심각한 적자 경영을 이유로 노조와 유급 순환휴직을 놓고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극심한 갈등을 빚어 왔다. 급기야 노조는 이날 오후 들어 노조 차량 여러 대를 동원해 회사 출입문을 가로막았고, 이 바람에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납품하는 제품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이 한때 범퍼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공정 순서를 바꿔 ‘후 장착’에 들어가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 현대차는 제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품이 일정 기간 단 한 개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 2차 밴더인 대륙금속은 울산 남구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제네시스 범퍼 등을 도장해 납품한다.

대륙금속 노사는 이날 노조의 정문 봉쇄와 전면 파업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경력 70여 명을 투입했으나 노사 관계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않았다. 결국 노조의 정문 봉쇄로 원청인 현대차 납품에 지장이 생기자 회사는 자정을 전후해 노조와 순환휴직 철회 등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처럼 노조 파업으로 인한 급한 불은 껐지만, 노사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조는 파업 다음날인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9회에 걸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아무런 내용을 의결하지 않았음에도 회사는 일방적으로 희망퇴직과 강제 순환휴직을 실시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노조는 노조법상 쟁의권도 없이 그냥 힘으로 불법파업을 밀어붙였고, (출입문 봉쇄로) 18시간 동안 제품 출하가 막혀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반박했다.

노사 입장이 몇 달째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언제든 파업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노조의 단 하루 파업에도 원청인 현대차 생산라인에까지 영향을 미친 만큼 향후 노사 갈등 여파가 다시 납품 차질로 이어지진 않을지 지역 자동차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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