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대재해법 2호 사건도 원청 대표 ‘징역형 집행유예’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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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동부지원, 원청 대표에 선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받아
1호 사건 이어 실형 판결 나오지 않아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부산에서 두 번째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원청회사 전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 중대재해법 1호 사건에 이어 법원은 이번에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2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정왕현 부장판사는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전 대표인 50대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 씨가 운영한 원청업체에는 벌금 1억 원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하청 업체 대표인 50대 B 씨와 현장소장인 60대 C 씨에겐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크레인 운전기사인 60대 D 씨에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2년 11월 2일 부산 기장군 한 공사 현장에서 40대 하청 업체 노동자가 불법 개조한 화물 크레인 위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던 중 2m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작업대와 함께 떨어진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7일 숨졌다.

검찰은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들을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B 씨와 C 씨에겐 각각 징역 2년, D 씨에겐 징역 8개월, 원청 업체에는 벌금 3억 원을 구형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원청업체는 피해자에게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2억 원 이상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한 데다 불법 개조 장비를 원상 복구했다”고 밝혔다.

1심 선고는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5개월여 만에 내려졌다. 피해자 측과 합의를 권고하고, 재판부가 변경되는 이유 등으로 선고 기일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처벌 수위가 낮다고 반발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날 법원 앞에서 “검찰 구형에 절반도 미치지 않는 내용으로 처벌했다”며 “재판부가 볼 때 반성의 여지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저희 관점에선 말도 안 되는 처벌”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너무 턱없이 낮은 형량이었고, 법이 제대로 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 관계자는 “이번 선고형은 중처법 제정 이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며 “중처법은 원청이 이윤만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이 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 중처법 1호 사건’과 관련한 피고인들도 1심 판결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가 해당 사건 피고인인 원청업체 대표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수용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중처법을 두고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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