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권력 줄서는 정치가 계엄 낳아”…국힘 여연원장의 ‘선도 사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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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윤희숙 원장 24일 정강·정책 연설
계엄, 수직적 당청관계 등에 “국민께 머리 들지 못할 정도”
대선 경선후보·당 지도부와는 결 다른 메시지 ‘눈길’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1월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한 봉제 업체에서 열린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영세 사업장 방문 및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1월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한 봉제 업체에서 열린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영세 사업장 방문 및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관련,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원장은 이날 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들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찬탄파’인 안철수 대선 경선후보는 전날 “우리가 진정으로 이재명을 이기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 스스로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경선 경쟁자인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후보에게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제안했지만, 아직 세 후보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싱크탱크 책임자가 당 지도부의 메시지보다 훨씬 강한 톤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윤 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연판장 사태를 거론하며 수직적 당청 관계 문화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들이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몽령’ 주장에 수긍하는 강성 친윤계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윤 원장은 특히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며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윤 원장은 다만 “계엄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니라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판했다. 그는 “3년 전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그날부터 다수당은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상태였다”면서 “이런 정치가 그대로인데 정권만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라고 되물었다.

윤 원장은 나아가 “(차기 대통령은)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림으로써 1호 당원이 아닌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이같은) ‘국민 대통령’은 이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참한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재편하는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차기 대통령은 취임 즉시 거국내각을 구성해 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쏟되, 정쟁과 완전히 분리시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우리 정치도 이제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한다”며 “진영화된 정치를 누구보다 더 악랄하게 이용해 먹은, 그래서 증오와 대립을 유발했던 정치인들이 희희낙락하며 그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증오의 정치가 반복되기밖에 더 하겠나”라고 정치 문화의 대대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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