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왜 왔는지 이유 찾고, 어떤 삶을 살까 고민하는 삶이 되길”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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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법사 주지 심산스님
한나래문화재단 이사장 맡아 포교와 교류
국내 청소년과 몽골, 인도, 태국 등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사상 알리기도
더 이상 대립과 갈등 없이 함께 가야




“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은 없어야 하며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버리면 곧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백척간두 진일보’의 이치를 깨달아 소통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산 금정구 두구동 대한불교조계종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이같이 말했다.

심산 스님은 “시류와 유행, 계산적인 삶보다 삶의 근본에 더 가치를 두자”며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본마음에 관심 가지고 더 신경 써야 한다. 왜 우리가 이 세상에 왔는지 이유를 찾고,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는 삶이 되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언제나 항상 마음을 밝히는 선명상을 통해 참된 삶을 구현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야말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사단법인 한나래문화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아 포교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는 국내 청소년과 몽골, 인도, 태국 등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사상을 알리고 있다.

특히 한국과 라오스에서 한국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행사를 펼치고 있다. 작게는 ‘한국어 도전 골든벨’에서부터 라오스 국립대학교 한국어과 화장실 건립, 수파누봉국립대학 한국어과의 정식 학과 승격 등 다양한 일들이 추진됐다. 그 중 수파누봉대학 어문대학 한국어 계열에 있던 한국어과의 정식학과 승격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최근 라오스 교육 협력 사업 중 가장 큰 일로 꼽기도 했다.

이러한 일의 중심에는 심산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지난 20여 년간 다문화가정, 국내 거주 외국인을 비롯해 몽골 등에 우리 문화와 한글을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해왔었다. 그러던 중 라오스를 알게 됐고 이곳 한국어과를 중심으로 한글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스님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도전 한국어 골든벨’은 인기가 높다.

“평상시에 라오스의 관심이 있었는데 라오스의 한국어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라오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감사함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한국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도전 골든벨이라는 한국어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라오스에서 열린 도전 골든벨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라오스 국립대학 한국어과와 루앙프라방 수파누봉대학의 한국어과정 두 곳이다.

이 대회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입상한 학생들을 부산으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일주일 정도 연수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저희에게는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받는 문화적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건 그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생이 돌아가서 한국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을 생각할 때 천배 만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도전 골든벨에 그치지 않고 루앙프라방 수파누봉대학에 한국어과 건물을 지어주기로 했다. 행사 전 답사 때 방문한 라오스국립대학은 한국어과 건물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학생들이 아주 불편하다고 해서 화장실을 지어줬다. 그러고 나서 루앙프라방 수파누봉대학을 가보니 이곳은 한국어과가 정식 학과가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어과를 정식 학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님이 한글 알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한나래문화재단의 설립 취지는 한국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입니다.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것을 계승·발전시키는 일은 법인 설립 취지와 맞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종교가 종교로서 다가가서 종교를 강요하거나 믿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동남아에 있는 한국어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의 이 같은 행보에 라오스 외에 태국 송클라대학에서도 요청이 왔다. 송클라대학은 방콕에서도 남쪽으로, 국내선으로 한 시간 반을 간 후에 다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가야 나오는 말레이시아와의 국경 지역인 빠따니시에 있다. 송클라대학 한국어과 역사는 37년 됐다고 한다. 현대건설에서 그곳에 도로를 건설한 기념으로 한국어과가 생겼다고 한다.

“태국의 한국어과가 15개 정도 있는데 그곳 교수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합니다. 빠다니시는 태국에서도 워낙 남쪽으로 치우쳐진 그런 곳이라 한국 교민도 거의 없습니다.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도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보면서 저는 한국어에 대한 희망을 봤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도전 골든벨을 라오스에 이어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더 나아가 미얀마까지도 한국어과 학생들을 위한 이 프로그램을 확대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나래문화재단에서 후원해온 라오스 루앙프라방 수파누봉국립대학교 한국어과가 오는 9월 정식학과 등록을 앞두고 지난 7월 5일 수파누봉국립대학교과 한나래문화재단이 한국어과 강의를 위한 단독 건물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스님은 “장차 한국을 이끌어 나가고 세계를 이끌어 나갈 부처님의 제자들을 아낌없이 후원하는 것이야말로 환희 그 자체라면서 이 시대의 인재 불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님은 부산·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몽골 최대의 명절로 손꼽히는 ‘나담축제’ 등 몽골 관련 행사를 홍법사에서 벌이고 있다.

2022년부터 홍법사 경내 잔디마당에서 ‘부산 몽골전통 나담축제 2022’를 열었다. 행사는 몽골 전통 복식을 갖춘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재한 몽골인 2000여 명이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몽골 최대 명절 ‘나담’에서 펼치는 몽골 씨름, 샤가이 놀이, 어린이 경마 등 다양한 전통 놀이와 전통 음식을 나누는 등 다양한 체험 마당도 전개됐다.

스님은 “몽골 현지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홍법사 천연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이 행사가 양 국가 간 순수 민간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미 해군 레이건호, 칼 빈슨 항공모함 장병과 주일미군 소속 제3 해병군수단 장병들에게 한국 불교문화와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앞서 2022년에는 미국 위앙종 선명상 지도 법사 현안 스님을 초청해 아메리칸 선명상 워크숍을 개최했다.

2022년에는 제9회 국제 기부의 날을 맞아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구촌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시간으로 경내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나무 심기에는 주지 심산 스님, 신도들과 인도 대학 학생들이 동참했으며, 인도 미스 리틀인디아 우승자 드위베디 수반기 씨와 가족들이 함께했다.

또 같은 해 홍법사는 몽골과 인도에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며 마스크 24만 장과 21만 장을 전달했다. 몽골 정부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지원한 심산 스님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또 한국과 몽골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몽골 문화제는 최신작 4편을 무료로 선보이며 몽골 영화인과의 특별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나이 드신 보살님들은 지금도 법당과 불경을 고집하시지만, 이제는 종교도 변해야 합니다. 시대와 공감하지 못한 종교는 외면받고 도태될 뿐이니까요.” 스님의 마지막 일성이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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