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SKT 유심 대혼란 강력하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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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의 안일한 대처
준엄한 심판 통해 반성하도록 만들어야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SK텔레콤 PS&M 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SK텔레콤 PS&M 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SK텔레콤(이하 SKT)의 고객 서버 해킹으로 인해 가입자 유심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SKT 측이 22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하자 가입자들의 불안이 증폭됐다. 중국 해킹 그룹의 해킹 수법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로선 정확한 정보 유출 경로조차 불투명해 향후 어떻게 개인정보가 악용될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다. 불안한 가입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발을 구르는 이번 사고를 놓고 SKT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일관해 분노를 자초했다. SKT는 가입자가 24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더욱 충격적이다.

SKT 가입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SKT 측이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공지했다는 부분이다. 유심 정보는 복제할 경우 아예 복제폰이 생성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복제폰은 당사자 몰래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대포폰으로 활용하는 등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기존 정보 유출과는 차원이 다른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SKT 측은 고객들에게 제때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재계 주요 그룹들이 사내 SKT 이용자들에게 즉시 유심을 교체하라고 공지하고 나선 것만 봐도 SKT의 안일한 대처는 비판을 넘어 비난의 대상이 되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SKT는 그제서야 뒤늦게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를 실시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SKT가 대처에 미적거리는 사이 부산에서는 유심 정보 유출을 의심케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SKT 가입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명의로 알뜰폰이 개통돼 은행 계좌에서 5000만 원이 인출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만에 하나 경찰 수사로 이번 해킹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질 터이다. 게다가 수천만 개에 달하는 유심 교체라는 전무후무한 조치를 놓고서도 특정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식의 미확인 소문까지 나돈다. 이 모든 혼란은 늑장 대처로 불안을 키운 SKT 탓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장 SKT는 가입자 대량 이탈이나 불매운동 같은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SKT로서는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까지 공언한 마당에 지나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그동안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누려 온 혜택의 그늘이라 해석해야 마땅하다. SKT가 통절한 반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는다면 시장은 지배적 사업자마저 갈아치울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줄 수도 있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은 건 당연지사다. 아울러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민간에만 맡겨 놓은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해 전면 검토를 실시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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