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공들여 ‘이재모피자’ 모신 백화점
하루 1000명 줄 서는 부산 맛집
일요일 휴무 철학까지 보장받고
커넥트현대에 팝업스토어 입점
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부산 대표 맛집 ‘이재모피자’가 백화점에 입성했다. 이재모피자가 유통업체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2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커넥트현대 부산점 지하 2층에서 ‘이재모피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1992년 문을 연 이재모피자는 식당 예약 플랫폼인 캐치테이블에서 웨이팅 맛집 순위 ‘전국 10위’ ‘부산 1위’에 랭크돼 있을 만큼 인기 맛집이다. 하루 평균 대기 인원은 1000명이 넘는다.
현대백화점은 1년 넘게 공을 들인 끝에 ‘이재모피자 모시기’에 성공했다. 이재모피자 특유의 경영철학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재모피자는 ‘돈벌이보다는 지역을 지키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경영 철학을 유지하고 있어 백화점 입점을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1년 넘게 매달 부산을 찾아와 직접 얼굴을 보며 대화하면서 설득했다.
최용한 식품팀 바이어는 “KTX를 타고 부산~서울을 오간 거리만 1만km가 넘는다”며 “단순 입점 제안을 넘어 소통과 신뢰 구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재모피자 측도 “돈보다 더 중요한 경영 철학을 존중해 준 유일한 제안이었다”며 “현대백화점 정지영 사장과 바이어들의 끈기와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모피자 팝업스토어는 운영 기간이 10일에 불과한데 일요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주말 영업이 매출 핵심인 유통업계에서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이 역시 현대백화점이 이재모피자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한 결과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의 고유 운영 방식과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재모피자의 입점은 지난해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인 커넥트현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표방하는 커넥트현대는 부산 동구, 중구, 영도구, 서구 등 상대적으로 대형 유통시설이나 즐길거리가 부족한 구도심에 새로운 생동감을 일으키고 커넥트현대가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커넥트현대 오픈을 진두지휘했던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당시 이재모피자를 방문해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폐점하지 않고 새로운 리테일 모델로 지역 상권 살리기에 나서보려 한다’는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커넥트현대는 ‘버터레코드’ ‘다리집’ ‘카츠키친’ ‘딤타오’ 등 로컬 맛집을 입점시키며 구도심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지역 맛집을 지속 유치해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커넥트현대 부산점은 다음 달에는 부산 깡통 야시장을 콘셉트로 ‘뚱띵이호떡’ ‘다래분식’ 등 로컬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순히 인기 맛집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오랜 시간 지켜온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유통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