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색있는 전시·공연 통해 지역 문화 트렌드 이끌겠다” 최용석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
예술인·행정가 등 다양한 이력 눈길
개천예술제 업무 보며 공연 기획도
남녀노소 위한 색다른 볼거리 제공
“진주시가 진정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문화예술회관이 앞장서겠습니다.”
경남 진주시 칠암동에 있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은 경남 문화의 산실이자 자부심이다. 경남도민의 문화 복지 실현과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1988년 설립됐다.
지난 22일 취임한 최용석 관장은 문예회관 변화의 중심에 있다. 최 관장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그동안의 관장들이 예술가나 행정가 어느 한쪽에 치우쳐진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 관장은 예술가이자 행정가이며 공연 기획 전문가로도 이력을 쌓아왔다.
1966년생인 최 관장은 한국화의 대가이자, 소의 작가로 잘 알려진 우촌(牛村) 최태문 선생의 아들이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접했으며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미술을 전공했다. 최 관장이 대학교 4학년 때 문예회관이 문을 열었는데, 당시 미술품 전시·관리를 돕는 일을 하며 문예회관과 첫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후에는 화랑을 경영하며 미술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각종 대회에도 나갔고 꾸준히 상도 받았습니다. 예술가로서 아버지의 철학, 기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최 관장의 이력은 미술에 그치지 않았다. 2003년에는 미술·음악·연극 등 8개 단체가 모인 ‘한국예총 진주지회’에 몸담았고 이후 사무국장까지 역임하면서 예술 행정 업무 경력을 쌓았다. 특히 국내 지방예술제의 효시, 개천예술제 사무국장까지 하면서 축제 기획까지 도맡았다. 최 관장은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문예회관 운영에 녹여낼 각오다.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또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던 행정가로서 문예회관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말뿐인 행정이 아닌, 지역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장소가 되도록 변화를 이끌어가겠습니다.”
문예회관은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이다. 1세대 건축가이자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예회관이 풀어내는 프로그램도 알차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공연은 물론, 인기 가수 콘서트도 열린다. 다양한 전시 역시 문화에 목마른 지역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문예회관에는 1~2층 1500석 규모 대공연장만 있다. 중소형 공연장이 없다 보니 규모가 작은 공연은 아예 열리지 않는다. 전시실도 비교적 규모가 작다. 900㎡와 550㎡ 등 2개로, 대형 전시가 펼쳐지기 어렵다. 결국 제한된 작품만 공연·전시를 하는 바람에 관람객은 물론,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신임 최 관장의 포부는 크다. 천차만별인 공연·전시 예매율을 균등하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문예회관 콘서트는 대부분 매진이지만, 기획 공연은 50~80%, 클래식 공연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 관장은 보다 유인성 높은 작품을 선정하고, 해설·홍보 등에 집중해 문예회관의 전반적인 문턱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 젊은 예술가들은 문예회관에서 공연·전시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은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고 있는데, 이들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AI와 VR 등 최첨단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공연도 도입할 예정이다.
“가깝게는 문예회관의 고질적인 문제인 낙후된 시설 개선, 주차 공간 확충에 나서고, 멀게는 문예회관이 지역 문화 활성화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단순한 공연·전시장이 아닌, 지역의 자부심으로 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