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Z세대, 전통금융 외면하고 가상화폐 택했다
전 세계 코인 소유자의 34%는 25~34세
자산 격차 경험한 2030의 기존 금융 불신
젊은 투자자 과반이 하루 이내 투자 결정
신용카드 빚 내 투자하는 등 부작용 속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한 달 반 만에 9만 달러선을 탈환했던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연합뉴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20~30대 젊은 세대가 전통 금융보다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 PG사 트리플A의 지난해 조사에서 25~34세 연령대가 전 세계 가상화폐 소유자의 34%를 차지한다. 이는 어떤 연령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젊은 층의 디지털자산 접근성과 투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한 소매 투자자의 56%가 35세 미만이었으며, 이들은 주로 가상화폐와 같은 자산에 투자했다.
MZ세대가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구조적인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고서는 낮은 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자산 격차를 경험한 젊은 세대가 전통 금융시장을 불신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통해 부의 축적은 물론, ‘사회적 이동성’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긴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 관계자는 “수백만 명의 35세 미만 젊은이들이 생애 첫 투자에서 모든 자산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8~40세 투자자의 66%는 하루 이내에, 14%는 1시간 이내에 투자 결정을 내린다. 이는 충동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고 투자에 대한 후회를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에 따르면 30세 이하 미국인 투자자 중 11%는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충동 투자는 젊은 층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증가는 이들의 예금 자금이 디지털 자산으로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수신 기반이 약화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지갑과 스테이블코인의 확대는 은행의 지급결제 시스템 점유율을 낮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