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발사업 공공기여협상제 현실에 맞는 운용 필요하다
부산시, 용도 변경으로 오른 땅값 100% 환수
타 시도 60%…건설 경기 감안 탄력적 조정을
부산시가 타 시도에 비해 유독 높은 수준의 공공기여를 요구해 공공기여협상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공기여는 부동산개발 민간사업자가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땅의 용도 변화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제도다. 공공기여는 도서관·공원 등과 같은 공공시설 설치, 부지 제공, 현금 납부 등을 통해 이뤄진다. 공공기여는 국토계획법에 명시돼 있는데, 세부 사항은 일선 지자체가 조례로 정한다. 부산시는 민간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해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주면서 용도 변경 전후 토지가치 상승분의 100%를 공공기여로 내도록 조례로 못 박아놨다. 지역 건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시가 도시계획 변경으로 오른 땅값의 100%를 환수하는 것은 타시도에 비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개발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시도 토지가치 상승분의 60%를 요구한다. 인천이나 광주 등도 서울과 별 차이가 없이 60% 안팎으로 공공기여량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의 공공기여 한도를 토지가치 상승분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처음으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은 지나친 공공기여 부담으로 사업성이 낮아져 개발사업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부산시의 높은 요구 수준은 다른 지자체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현재 부산에서 공공기여협상제로 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해운대구 옛 한진CY 부지, 기장군 한국유리 부지, 사하구 옛 한진중공업 부지, 남구 부산외대 부지 등이다. 이 중 속도가 제일 빠른 곳은 공공기여 1호 사업 대상지인 해운대구 한진CY 부지로 오는 7월께 아파트 분양에 나선다고 한다.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수백, 수천억 원의 공공기여를 내야 한다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공기여 문제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지역 경제에 악순환이 생기고, 상당한 규모의 공공기여 금액은 분양가를 높여 실수요자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부산시의 공공기여 요구 수준은 타 시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부산만 지나치게 가혹한 공공기여 잣대를 고수한다면 투자자들이 서울이나 인천을 두고 부산에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가 국토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공공기여 한도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공공기여량을 줄이면 주민들이 받는 혜택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한 시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악화일로의 지역 건설 경기를 살리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공공기여협상제를 현실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 가이드라인도 나온 만큼 공공기여 한도 조정 여부를 전향적이고 탄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