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단일화 내홍 점입가경… 이래서야 민심 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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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학에 매몰돼 당 후보 반발 자초
반 이재명 외엔 전략 없음을 드러낸 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와 극단은 딴청을 피우고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은 멘붕에 빠졌다.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던 와중이라면 더할 수 없이 딱 떨어질 장면이지만 이 무대가 대한민국 국회 원내 2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놀라울 뿐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모드로 들어갔다. 김 후보는 자신을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해 달라며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을 위한 당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당이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둘러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에 김 후보가 단일화를 지연시킨다며 김 후보 책임론을 들먹인다.

김 후보는 6일 입장문을 통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를 당이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며 “당은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히라”고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전날 의원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개최 소집 공고를 낸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단일화를 할 경우 만일에 하나라도 대선 후보가 바뀐다면 후보 확정을 위해 약식으로나마 전당대회가 필요하므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취한 것이라고 맞섰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확정된 후보와 당 사이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을 놓고 당 안팎에선 “이대로라면 단일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정치 공학에만 매몰된 허술한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가 꼽힌다. 당 내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선 와중에도 단일화 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정해 놓은 당 지도부가 충돌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후보가 경선 막판 승기를 잡기 시작하자 당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한덕수 추대론 등에 매몰된 당 지도부가 이를 경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 내 친윤 세력들이 한동훈 전 당대표의 당 주도권 장악을 막는 데에만 치중하다 제 꾀에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후보와 당의 정면충돌로 인해 경선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모아 대선 승리를 꾀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전략은 벌써 빛이 많이 바랬다. 경선으로 뽑힌 후보가 이 정도라면 탈락 후보들이 선거에 적극 도우미로 나서길 바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탄핵의 강을 어떻게 넘어 유권자에게 다가갈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이렇다 할 비전과 희망도 주지 못하고 그나마 감정에 호소할 감동까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유권자에게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태를 적시에 봉합하지 못한다면 ‘반 이재명’만이 국민의힘이 가진 유일한 공약이라는 사실을 전 유권자에게 알리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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