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단일화 내홍 점입가경… 이래서야 민심 얻겠나
정치 공학에 매몰돼 당 후보 반발 자초
반 이재명 외엔 전략 없음을 드러낸 꼴
배우와 극단은 딴청을 피우고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은 멘붕에 빠졌다.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던 와중이라면 더할 수 없이 딱 떨어질 장면이지만 이 무대가 대한민국 국회 원내 2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놀라울 뿐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모드로 들어갔다. 김 후보는 자신을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해 달라며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을 위한 당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당이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둘러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에 김 후보가 단일화를 지연시킨다며 김 후보 책임론을 들먹인다.
김 후보는 6일 입장문을 통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를 당이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며 “당은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히라”고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전날 의원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개최 소집 공고를 낸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단일화를 할 경우 만일에 하나라도 대선 후보가 바뀐다면 후보 확정을 위해 약식으로나마 전당대회가 필요하므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취한 것이라고 맞섰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확정된 후보와 당 사이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을 놓고 당 안팎에선 “이대로라면 단일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정치 공학에만 매몰된 허술한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가 꼽힌다. 당 내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선 와중에도 단일화 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정해 놓은 당 지도부가 충돌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후보가 경선 막판 승기를 잡기 시작하자 당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한덕수 추대론 등에 매몰된 당 지도부가 이를 경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 내 친윤 세력들이 한동훈 전 당대표의 당 주도권 장악을 막는 데에만 치중하다 제 꾀에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후보와 당의 정면충돌로 인해 경선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모아 대선 승리를 꾀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전략은 벌써 빛이 많이 바랬다. 경선으로 뽑힌 후보가 이 정도라면 탈락 후보들이 선거에 적극 도우미로 나서길 바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탄핵의 강을 어떻게 넘어 유권자에게 다가갈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이렇다 할 비전과 희망도 주지 못하고 그나마 감정에 호소할 감동까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유권자에게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태를 적시에 봉합하지 못한다면 ‘반 이재명’만이 국민의힘이 가진 유일한 공약이라는 사실을 전 유권자에게 알리는 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