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노벨상과 콘클라베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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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 국내 방송사의 생중계는 없었다. 오로지 출판사인 ‘민음사’가 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했다. 민음사는 수상자인 한강의 책을 한 권도 출간한 적이 없다. 한강의 수상을 예측했다기 보다는 출판사로서 세계 문학계의 동향을 전하는 통상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방송에 참여한 패널들도 모두 해외문학팀 소속이었다고 한다.

당사자인 한강조차도 발표 당일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때 수상 소식을 듣고는 “매우 놀랐다”고 회고했다. 대부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60~70대인데 한강은 당시 53세에 불과했고, 역대 아시아계 수상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을 점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투표권이 있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135명인데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한 2명을 제외하고 133명의 선거인단이 모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바티칸 시국 정부는 콘클라베가 시작되는 시간부터 “바티칸 영토 내에 있는 휴대전화의 통신 신호 송출 시스템이 비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에 나설 추기경들이 외부의 영향력에서 철저히 차단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는 ‘교황청 2인자’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보수 진영을 이끄는 게르하르트 뮬러(독일)가 거론된다. 비유럽권에서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아프리카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콩고민주공화국), 피터 턱슨(가나)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선거인단의 국적은 70개국으로 역사상 가장 많다. 대륙별로는 여전히 유럽이 52명(39%)으로 가장 많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던 2013년(52%)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그래서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차기 교황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유흥식 추기경도 ‘다크호스’ 중 한 명이다. 그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주목해야 할 차기 교황 후보군에 뽑혔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때처럼 세간의 예측과 달리 첫 한국인 교황이자, 첫 아시아계 교황이 나올까. 한국 언론들이 이번엔 좀 더 긴장하며 지켜볼 것 같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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