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대선 공약으로 못 박아야
800만 동남권 국민 희망고문 끝내도록
강력한 의지 보이는 게 득표 '마지노선'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부산일보DB
김해공항에서 한 번이라도 비행기를 타 본 사람들은 모두가 안다. 동남권 방문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국제공항이라는 김해공항이 누군가에게 보이기조차 부끄러울 만큼 좁아터져서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런 심각한 상태의 국제공항이 벌써 수십 년째 방치돼 왔다는 사실을. 그래서 늘 궁금해 한다. 왜 국책사업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정부가 추진한다는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이 그토록 진척이 안 되는 것인지를. 그리고 또 분노하기도 한다. 김해공항의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으로 추진되는 가덕신공항을 놓고 수도권 등지에서 멸치 말리는 공항 운운하는 식의 비아냥이 나도는 현실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몽니’에 가까운 기본설계안으로 2029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또다시 무산 위기에 놓인 것은 단순히 국책 공항의 개항이 더 늦어지는지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째 희망고문에 가까운 고통에 시달려 온 800만 동남권 국민들에게는 신공항이 국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바뀐 지 오래됐다. 국가적으로 기존 공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관문공항을 만든다는 의미의 국책사업이 지자체 경쟁 구도화함으로써 정권에 따라 신공항 포기, 김해공항 확장, 가덕신공항 건설 등으로 오락가락해 온 사실을 이 지역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김해공항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잠시 주춤하던 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가 다시 연간 1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연간 수용 능력 839만 명을 크게 초과하는 바람에 하나뿐인 출국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추세대로 국제선 이용객이 는다면 제2출국장을 만든다고 해도 수용이 불가능해 10년 내에 해마다 889만 명 정도가 인천공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한 해 1조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김해공항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이들이 가덕신공항을 다른 지역 공항들처럼 폄하하는 지경이니 동남권 800만 국민의 마음이 어떻겠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덕신공항 공사 기간을 2년이나 늘려잡고는 아직도 이를 안전을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입장만 거듭 내세우고 있다. 2년 전 가덕신공항 완공 시점을 2035년으로 잡았던 국토교통부의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다. 당시 국토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9년으로 개항 시기를 앞당기라며 특별지시를 내리자 금세 2029년 개항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신공항 조기 개항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에 동남권 유권자들은 조기 대선에 임하는 모든 대통령 후보들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되돌릴 수 없도록 공약으로 못 박음으로써 강력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이는 동남권 표밭의 ‘마지노선’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