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양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10년 새 최다…“안전보건 인력 확보 시급”
작년 해양 안전사고 인한 사망·실종 84명
줄던 선박 내 안전사고 다시 증가세 전환
나홀로조업 중 사고·5인이상 어선 인명피해↑
5인이상 어선 대상 어선원 안전·보건관리 강화
KOMSA, 어선원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지원
어선 사고 예방 관계기관 합동 안전점검 모습. 해수부 제공
최근 10년간 안전사고 발생 현황. KOMSA 제공
지난해 해양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되는 등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줄던 해양 안전사고 발생 추이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5인 이상 승선 어선에 사고와 인명피해가 집중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어선원 안전보건 업무가 올해부터 해양수산부로 이관됨에 따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최근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5인 이상 승선 어선들의 안전보건 업무관리를 한정된 인력으로 수행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어선원 안전보건 업무는 육상의 안전보건업무 대비 소수의 인원(9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리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의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하 공단)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는 총 84명으로, 2015년 이후 10년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해양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2020년 79명, 2021년 76명, 2022년 68명, 2023년 55명으로 2020년 이후 감소세였으나 2024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해양 안전사고 발생척수도 190척으로 전년(142척) 대비 33.8% 증가하는 등 다시 증가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안전사고 유형별 인명피해 발생 현황. KOMSA 제공
나홀로 조업, 잠수작업 중 사고 등에 따른 인명피해 컸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안전사고 유형은 ‘구조물·줄 등에 의한 신체 가격’, ‘실족이나 파도에 의한 해상 추락’, ‘양망기 사고’ 등이었으나, 2023년 대비 이들 사고는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목격자 없는 사망·실종(이하 목격자가 없는)', '나홀로 조업 중 사망·실종(이하 나홀로 조업 중)', '잠수작업 중 질식, 부딪힘(이하 잠수작업 중)'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나홀로 조업 중 사고는 2023년 4명에서 2024년 12명, 잠수작업 중 사고는 같은 기간 1명에서 9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사고 유형은 대부분 사고 발생 즉시 인명피해로 이어지며, 지난해 안전사고로 인한 전체 인명피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공단은 분석했다.
‘목격자가 없는’ 사고는 선박의 크기나 업종을 불문하고 산발적으로 발생해 사고 원인 규명과 위치 파악이 어렵다. 사고의 패턴을 특정하기도 어렵다.
‘나홀로 조업 중’ 사고는 주로 소형어선이 연안을 따라 조업하던 중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사고 위치가 점차 육지와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였다. 실제로 2023년 대비 2024년 기준, 동해는 3.07km에서 1.80km로, 남해는 0.96km에서 0.23km로, 서해는 1.99km에서 0.61km로 접근 거리가 줄었다.
‘잠수작업 중’ 사고의 경우, 대부분 추진기에 감긴 줄이나 그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최근 10년간 재결서 분석에 따르면, 총 16건의 사고 중 5건(31.3%)이 무자격 선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사고가 자격 미비 상태에서 무리하게 잠수작업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개정된 어선안전조업법이 시행돼 5인 이상 승선하는 어선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관리가 강화됐다.
그동안 어선원 안전·보건관리는 고용노동부와 해수부로 이원화돼 있어 현장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등록 어선 중 절반 이상(53.1%)이 최대승선인원 5인 미만 어선이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5인 이상 어선에서 안전사고 발생 비율은 5인 미만 어선보다 약 7배나 많았고,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비율은 4배 이상 높았다.
최근 3년간 안전사고 유형별 사고 심각도. KOMSA 제공
특히,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단독 작업 중 발생하기 쉬운 ‘목격자가 없는’, ‘나홀로 조업 중’, ‘잠수작업 중’ 사고와 같은 고위험 안전사고가 많았는 데, 작업 여건을 고려한 철저한 선원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선 안전사고는 침몰·좌초 등으로 인한 물리적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5000여 척에 달하는 5인 이상 승선 어선의 안전보건 업무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해양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는 330명으로, 전체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537명)의 61.5%를 차지하는 등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단은 정부 정책에 따라 어선원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조업 환경의 특성을 반영한 어선원 안전·보건 표준 매뉴얼과 안전표지를 제작·배포하고, 카카오톡 챗봇 기반의 위험성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도 추진 중이다. 또한, 검사증서 상 최대승선인원 1명인 어선, 최대승선인원 2인 이하인 일반선박 등 국내 모든 나홀로 조업 선박에 팽창식 구명조끼를 보급했으며, 다양한 구명조끼 착용법 교육을 통해 인명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다국어 매뉴얼도 제작해 외국인 선원 대상 안전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김준석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어선은 육지와 가까운 해역이라도 조업 전 안전한 환경을 반드시 확인하고,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공단은 앞으로도 단 한 명의 소중한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과 정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