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의 변수는 보수 세력 행보
李, 최근 3자 구도에도 지지율 상승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등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쓰고 서명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부터 3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6·3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이다. ‘반이재명’ 정서로 인해 40% 초반의 박스권에 갇혀있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3자 구도에서도 50%를 넘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김문수 후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막장’에 가까운 내홍을 겪은 영향이 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남은 3주 동안 현재의 흐름을 바꿀 변수 역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행보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1일 공개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 후보는 52.1% 지지율을 얻어 국민의힘 김 후보(31.1%)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6.3%)를 크게 앞섰다. 전날 발표된 CBS 의뢰로 실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44.7%를 기록해 김 후보(31.7%), 이준석 후보(10.7%)를 제쳤다. 여론조사별로 40~50%까지 지지율 변동 폭이 큰 편이지만, 현 시점에서 보수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해도 이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건 분명하다.
이는 3년 전 대선과는 크게 다른 여론 지형이다.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8.56%,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를 얻었다. 결국 표심의 유동성이 큰 중도층과 보수 지지층 일부가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의 모습에 실망하면서 이 후보 대세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표일까지 3주의 기간 동안 최대 변수는 보수가 잃어버린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 접전 구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놓고 당내 다수 의원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김문수 후보가 후보 확정 직후부터 ‘통합’ 행보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이날 계엄·탄핵 관련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존 강경한 탄핵 반대 입장에서 다소 유연해진 태도다.
당내에서는 본선에서 중도·무당층을 끌어오기 위해 계엄·탄핵을 포함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이는 탄핵에 반대하는 김 후보와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개혁신당 이 후보와 단일화 문제를 풀 실마리이기도 하다. 물론 이 후보는 강경 보수인 김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보일 경우, 중도 보수표가 자신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3자 구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가 대세론을 구가하지만, 본선에서는 보수 내부 문제로 가려졌던 반명 정서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후보가 악재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 등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지만 본선 TV 토론 등에서 ‘자책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정국에서 굴러가는 주요 정치 현안의 향배도 주목된다. 14일 민주당 주도로 열릴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거센 공세가 지지층 결집에 유리할 순 있지만, 반대로 중도층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7~9일 1508명을 대상으로, KSOI 여론조사는 지난 9~10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각각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두 조사 모두 무선 100% 자동응답방식으로 이뤄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 홈페이지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