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따뜻한 집밥 한 끼 먹이고 싶어” 강지수 이모집 센터장
3월 해운대 우동 골목 안에 개소
63평 공간 70명 봉사자 밥 지어
식사 같이 하며 멘토 역할 ‘톡톡’
엄마 품처럼 쉴 수 있는 곳 지향
“이모집이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편히 쉬고 마음 놓고 뒹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이모집’ 강지수 센터장은 이곳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친정 같은 곳’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보호하는 아동이 퇴소하면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이모집은 이들에게 무료로 식사와 쉴 공간을 제공하는 곳으로, 지난 3월 해운대구 우동 골목 안에 문을 열었다. 63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모·삼촌을 자처한 70명의 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밥을 짓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서울 이모집에 이은 2호점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다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던 강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아픔을 다룬 기사를 보고 그들의 ‘다음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강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다가갈 방법으로 ‘밥’을 선택했다. “이들에게 무료로 밀키트를 제공하는 ‘밥톡톡’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함께 밥을 먹는 것’의 의미를 절실히 느꼈어요. 엄마가 자녀에게 가장 자주 묻는 말이 ‘밥은 먹었니?’잖아요. 밥을 같이 먹는 순간, 마음의 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져요. 밥상은 마법 같은 공간이에요.”
‘밥상의 마법’ 덕분일까. 이모집 봉사자들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자립준비청년들과 밥을 함께 먹는 식구로 거듭났다. 이들은 서로를 ‘이모’와 ‘조카’라고 부른다. “조카들은 퇴소 후 혼자 생활하며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어요. 이모집에서 자연스럽게 조카들과 대화를 나누며 멘토링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해 관련 멘토에게 연결해줘요.”
자립을 이룬 청년들이 이모집에 들러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부산의 한 보육시설에서 자라 어엿한 사회인이 된 20~30대 청년 8명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 1월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책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를 펴낸 이들은 후배 자립준비청년들의 든든한 멘토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조용한 청년이 같은 시설에서 자랐던 형의 손에 이끌려 이모집에 방문하기도 했다.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던 그는 “이곳만은 보여주고 싶다”는 형의 말에 이모집을 찾았다. 그는 처음엔 말이 없었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고, 눈빛도 달라졌다. 강 센터장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어른에 대한 믿음이 없었는데, 이모들을 보며 어른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조카도 있어요. 조카마다 각자의 사연과 사랑이 담긴 발걸음이라, 모든 방문이 참 소중하고 감동이에요. ‘저도 나중에 이모들처럼,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말에 이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고 있어요.”
강 센터장은 이모집에서 밥을 먹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홀로 선다는 것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 알고 있기에 더욱 청년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이모, 삼촌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지치고 힘들 때 돌아올 수 있는 곳, 울고 싶을 때 조용히 기대어 쉴 수 있는 따뜻한 품. 그런 부산의 이모집이 되고 싶어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