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죄부터” vs “장기집권 계략”…개헌안 공방 지속
민주, ‘12·3 내란’ 언급하며 김문수 후보 비판
국민의힘 “이재명 개헌안은 장기집권 플랜”
개헌 논의 부활했지만 본질 흐려질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개헌안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상대방의 개헌 구상을 “선거용 전략”과 “장기집권 시도”로 규정하며 정면 충돌했다.
19일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제안한 ‘권력 내려놓기 개헌협약’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제안한 건 개헌에 대한 협약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정치공세로 보인다”며 “우리는 이미 개헌을 제안했고, 새 정부 출범 후 각 정치 세력의 개헌안을 논의해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김 후보가 개헌을 제안하기 전에 정치적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김 후보는) 개헌을 말하려면 먼저 12·3 내란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 없는 개헌 주장은 얕은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며 “김 후보는 헌재의 탄핵 결정을 김정은 독재에 비유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탈당하면서 사과 없이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했다. 두 사람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개헌 구상을 겨냥해 ‘장기집권 계락’ 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겉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권력의 축을 재설계하는 것”이라며 “권력을 분산하는 듯하면서도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몰아주는 등 행정부 견제장치를 무력화하려는 설계”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후보의 개헌안이 ‘푸틴식’ 장기집권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임’은 단 한 번의 재선 기회만 허용해 최대 8년까지만 가능하지만, ‘연임’은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혹세무민의 단어”라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이 연임 규정을 통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현직 대통령에게는 해당 개헌안이 적용되지 않고 22대 대통령부터 시작된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그 시간차 속에 숨겨진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이미 꿰뚫어보고 있다”며 “심지어 대리인격 허수아비 대통령을 세워 4년짜리 징검다리를 놓고 다시 돌아오는 푸틴식 재림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장기집권 프레임’에 강하게 반박했다.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헌법 제128조 2항을 언급하며 “이 후보의 연임 표현을 장기집권 의도라고 공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전두환 독재 이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하면서 해당 규정을 넣은 것”이라며 “대통령 단임제가 그 시대 정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7공화국 헌법을 여는 개헌이 국회에서 진행된다면 이 후보는 6공화국에서 7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단임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헌 논쟁은 행정부 견제와 권력 분산 등 현행 헌법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오랜 개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제 개헌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양측이 이를 대선 프레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헌의 실질적 내용보다 상호 공방에 집중되면서, 정작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