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건설업 생태계 붕괴 직전, 긴급 처방 필요하다
방치 땐 '부도 도미노' 부산 경제 직격탄
분리 발주 등 맞춤형 지원 대책 서둘러야
장기 불황의 여파로 부산 지역 건설업 생태계가 붕괴 직전의 위기다.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지역 건설업체의 상당수가 사실상 도산 직전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부산의 미분양 물량은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전국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업체들은 자금 부족 때문에 사업 지연은 물론 신규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일거리를 찾지 못한 부산 건설업 근로자들이 대거 현장을 떠나고 있다. 건설업 불황에 따른 후폭풍이 현실화했다는 이야기다. 지역 건설업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무더기 실직은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지역 건설업 종사자 숫자는 1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 1000명이나 줄었다. 1년 새 8.6%에 달하는 근로자가 건설 현장을 떠난 것이다. 반면 지난달 부산의 전체 고용률은 58.7%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제조업 취업자 숫자는 3만 6000명(16.2%)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지역 건설업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큰 원인으로 건설업 일감 감소가 지목됐다. 현장이 급감하면서 근로자 등 고용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지역 건설업계는 지역 업체를 위한 ‘공구 분리 발주’ 등 맞춤형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은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 처방이 시급하다.
부산 건설업계가 엄중한 상황에 처한 것은 장기 침체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 지역 아파트 착공 실적은 지난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대비 1975호나 감소했다. 지역 중견 건설사들의 기업회생 신청도 이어졌다. 살아남은 대다수 업체도 유동성 위기 우려 때문에 신규 사업에 뛰어들 생각을 접은 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업계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부도 도미노’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현재 지역 건설업계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건설 부문 불균형을 해소할 특단의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부산시도 건설업계의 엄중한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시가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공사에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공구 분리 발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층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공공기관 종합공사 추정금액이 100억 원 미만일 경우 관할 시도 내 본사 소재 업체로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지방계약법을 적극 활용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지역 하도급 참여율도 높여야 한다. 시 조례는 지역 하도급 업체 비율을 70% 이상으로 권장하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와 부산시는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