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상식 뒤집었다!…UNIST, ‘도메인 벽’의 안정성 규명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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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하프늄서 ‘대전된 도메인 벽’이 벌크 영역보다 안정”
도메인 벽에 정보 저장하는 반도체 메모리 소자 단서

그림. 산화하프늄 강유전체에서의 대전된 도메인 벽 구조와 전하 분포 모식도. 오렌지색, 빨간색 화살표는 강유전체 내 자발 분극의 방향을 나타낸다. 서로 반대 방향의 분극이 만나는 경계면에 도메인 벽이 형성되며, 분극이 중심을 향하거나 바깥으로 향하는 방식에 따라 도메인 벽에 전하가 축적된다. (f)와 (g)는 각각 [001] 및 [011] 결정 방향으로 형성된 도메인 벽의 전하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결정 방향에 따라 전하 축적 양상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001]과 [011]은 결정 격자를 구성하는 원자 배열 기준으로 자른 방향을 의미한다. [001]은 정육면체 구조를 아래에서 위로 수직 자른 단면이고, [011]은 그에 비해 비스듬한 대각선 방향에서 자른 단면에 해당한다.이는 마치 사과를 위에서 아래로 곧게 자를 때와, 대각선 방향으로 자를 때 단면 모양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결정 방향에 따라 도메인 벽에 걸리는 구조적 응력이나 전하 분포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도메인 벽의 안정성도 달라질 수 있다. UNIST 제공 그림. 산화하프늄 강유전체에서의 대전된 도메인 벽 구조와 전하 분포 모식도. 오렌지색, 빨간색 화살표는 강유전체 내 자발 분극의 방향을 나타낸다. 서로 반대 방향의 분극이 만나는 경계면에 도메인 벽이 형성되며, 분극이 중심을 향하거나 바깥으로 향하는 방식에 따라 도메인 벽에 전하가 축적된다. (f)와 (g)는 각각 [001] 및 [011] 결정 방향으로 형성된 도메인 벽의 전하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결정 방향에 따라 전하 축적 양상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001]과 [011]은 결정 격자를 구성하는 원자 배열 기준으로 자른 방향을 의미한다. [001]은 정육면체 구조를 아래에서 위로 수직 자른 단면이고, [011]은 그에 비해 비스듬한 대각선 방향에서 자른 단면에 해당한다.이는 마치 사과를 위에서 아래로 곧게 자를 때와, 대각선 방향으로 자를 때 단면 모양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결정 방향에 따라 도메인 벽에 걸리는 구조적 응력이나 전하 분포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도메인 벽의 안정성도 달라질 수 있다. UNIST 제공

강유전체의 불안정한 구조로 여겨졌던 도메인 벽이 오히려 가장 안정적인 상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메인 벽의 유무에 따라 0과 1의 정보를 저장하는 고밀도 반도체 메모리 소자 개발에 길이 열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이준희 교수팀은 강유전체에서 ‘대전된 도메인 벽’이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여겨지는 벌크 영역보다 더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양자역학 기반 계산을 통해 입증했다고 22일 밝혔다.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기장을 가해 물질 내부의 분극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다. 이 소재 내부에는 서로 다른 분극 방향이 만나는 경계면인 도메인 벽이 형성되는데, 형성에 필요한 에너지가 높고, 일단 생겨도 쉽게 사라져 불안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준희 교수. UNIST 제공 이준희 교수. UNIST 제공

이 교수팀은 산화하프늄(HfO₂) 강유전체의 특정 결정 방향에서 형성되는 대전된 도메인 벽(charged domain wall)이 오히려 벌크 영역보다 낮은 총 에너지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고체물리학 상식에 반하는 이 같은 현상은 ‘음의 구배 에너지’라는 특이한 물리적 성질 덕분이다. 분극 방향이 급격히 바뀌는 도메인 벽에서는 보통 구배 에너지가 양의 값을 가져 벽 형성을 방해한다. 하지만 산화하프늄의 경우, 특정 진동 모드에서 이 에너지가 음수로 바뀌며 도메인 벽이 형성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음의 구배 에너지가 대전으로 인해 생긴 정전기 에너지를 일부 상쇄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도핑을 통해 보상하면, 전체적으로는 벌크보다 더 안정적인 도메인 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준희 교수는 “강유전체내 대전된 도메인 벽이 에너지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는 조건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연구” 라며 “도메인 벽의 유무를 각각 0과 1의 정보로 저장하는 고밀도 메모리 소자 개발에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의 파완 쿠마르(Pawan Kumar) 연구원과 딥티 굽타(Dipti Gupta) 연구원이 각각 제1저자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4월 22일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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