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후보들 구체적 비전 갖고 치열하게 토론 임해야
대부분 검증 부족한 '깜깜이 공약' 쏟아내
차별화된 정책·구체적 로드맵으로 대결을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거의 열흘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답답한 심정으로 후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후보들은 잇따라 중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설명 없이 쏟아내는 ‘깜깜이 공약’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국정이 시작되기에 후보의 정책 역량과 실행력을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TV토론은 유권자가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직접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투명한 검증의 장이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선을 불과 십여 일 앞두고 주 4.5일제, 정년 연장 등 ‘기본사회 실현’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행 방안과 예산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임기 단축형 개헌과 국회의원 감축을 내세웠지만, 다수당 협조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문제는 이런 중대 공약들이 투표 직전에 공개돼 유권자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에 대한 대권후보들의 비전은 더욱 흐릿하다. 빈약하거나 오류도 많아 정책 판단조차 어렵다. 이 후보는 언론 접촉을 피하고 공약집 발간도 미루며 ‘침대 축구’ 비판을 받고 있고, 김 후보 역시 지역 공약의 부실함으로 실망을 안겼다. 주요 정당들의 이런 무성의한 태도는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선은 ‘이재명이냐 아니냐’, ‘단일화하느냐 마느냐’가 주요 담론으로 부각될 정도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진영 논리만 남은 대선이 돼버린 것이다. 이제 TV토론은 23일(사회), 27일(정치) 두 번 남았다. 사회 분야는 고령화, 지역 불균형, 젠더 갈등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이고, 정치 분야는 국정 철학과 권력 구조, 통합 전략을 검증할 기회다. 지난 18일 열린 첫 TV토론(경제)은 피상적인 공방에 그쳐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민생과 경제 회복이라는 절박한 주제를 앞에 두고도 후보들은 정쟁과 공방에 치우친 채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번에는 각 후보가 현실성 있는 정책과 분명한 비전을 내세워 진지하게 토론에 임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조기 등판한 후보들의 정책을 유권자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TV토론은 유권자에게 매우 유용한 공론의 장이다. 그렇기에 후보들은 그만큼 더욱 무겁고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선거는 쇼가 아니다. 후보들은 더 이상 상징적 언어나 추상적 구호에 머물지 말고, 차별화된 정책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통해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상대 발목 잡기나 정치적 흠집 내기만 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해 상대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는 비방이 아닌 비전으로 경쟁하는 자리다. 이번 대선이 진정한 정책 경쟁의 장이 되길 바라며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대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