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일 패스트트랙
‘패스트트랙’(Fast Track)은 일반 입장권보다 돈을 더 내면 놀이 기구를 줄 서지 않고 바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롯데월드·에버랜드 등 국내 놀이공원과 디즈니월드·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해외 테마파크가 운용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등에서 ‘라이트닝 레인 프리미어 패스’라는 패스트트랙 티켓을 팔고 있다. 패스 소지자는 인기 놀이 기구에 바로 입장해 탈 수 있다. 디즈니월드 인기 파크의 패스 가격은 방문 날짜와 수요에 따라 300~400달러에 달한다. 디즈니월드 일일 입장권 가격이 5월 기준 최저 149~159달러인데, 입장권보다 더 비싼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 공항에 ‘출입국 패스트트랙’이 적용된다고 한다. 다행히 디즈니월드와 달리,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도 추가 비용을 낼 필요는 없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6월 한 달간 양국 국민만 이용하는 ‘패스트트랙’인 전용 입국심사대를 만들어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한다.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9월 양국 정상이 교류·협력 방안 마련에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양국 정부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 국적 전용 입국심사대’는 외국에선 이미 있는 제도다.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와 미국 국민에게 전용 입국심사대를 허용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한다.
한일 양국은 전용 입국심사대를 시범 운영한 뒤 정식 운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범 운영 공항으로 국내 김해공항, 김포공항과 일본 하네다공항, 후쿠오카공항이 선정됐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전일공수 항공사 승객만이 전용 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다. 김해공항과 후쿠오카공항은 제한이 없다. 입국일 기준 1년 이내에 상대국을 방문한 관광객 등 단기체류자이자 오전 9시~오후 4시 도착 승객들로 한정된다. 보통 30분 넘게 걸리는 입국심사 대기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역대 최다인 881만 7000명을 기록했고,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322만 4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170만 9577명이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났고, 45만 5572명의 일본인이 부산을 찾았다. 한일 전용 입국심사대 운영으로 부산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일 패스트트랙’이 지역 상권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