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거제시장 ‘전 시민 20만 원’ 공약 공염불 되나
시의회 임시회서 조례안 부결
시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조례안 심사를 앞두고 거제시의회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의 4·2 재선거 1호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헛구호가 될 위기다. 거제시 소집 요구로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반대로 관련 조례안이 본회의 상정도 못 한 채 부결됐다.
거제시는 될 때까지 시의회 문을 두드릴 계획이지만,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공약 철회를 요구해 온 국민의힘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쟁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인 국민의힘과 사전 교감 없이 밀어붙인 변 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대로 ‘없던 일’이 될 경우 무산 책임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지역 사회 혼란과 갈등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는 23일 오전 열린 제254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이하 지원금 조례안)’을 격론 끝에 부결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지난 재보궐선거 때 제시한 핵심 정책이다. 전 시민에게 20만 원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으로 현재 585억 원가량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관련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거제시는 지난 8일 시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고, 이날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첫 관문인 소관 상임위인 경제관광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4명, 국민의힘 1명, 무소속 1명이다. 심사 과정에 양당 간 날선 공방이 오갔고, 합의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노재하 위원장은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1표. 의사 규정에 따라 찬성과 반대·기권이 동수일 땐 부결 처리된다. 경제관광위는 산회 직후 지원금 조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는 심사결과 보고서를 의장에게 보냈다.
민주당은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부의요구권’을 발동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다만 ‘의사일정 변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표결 결과 찬성 7명, 반대 6명, 기권 3명으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임시회 폐회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변광용 시장은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재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변 시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짧은 기간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일부 이견은 있지만 시의회도 정책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6월 정례회에서는 조례안이 꼭 통과되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안 되면 7월, 8월 계속해서 의회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혔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3일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제공
하지만 변 시장과 대척점에 선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라 조례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7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의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정책은 누가 제안했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시의회는 이번 결정이 남긴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광용 시장도 시의회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설득해야 한다. 정책효과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며 “정치 파행으로 지원금이 표류하면 시장 또한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