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찢는 확성기 "못 참겠네!"
유세 차량 앰프 등 음향 송출
전투기보다 큰 소음 시민 불편
"비현실적 규제 상한 조정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경기도 김포시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선거 유세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도 대통령 선거 유세 열기가 한층 치열해지자 확성기나 앰프 등 선거 차량용 음향 장비 소음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관련 법에서 최대 음량 등을 규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낸 주요 정당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 부산에서 활용되는 유세 차량은 40여 대다. 국민의힘이 3.5t 트럭 1대와 1t 트럭 20대 등 21대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은 5t 트럭 1대와 1t 트럭 18대 등 19대로 뒤를 이었다. 개혁신당은 부산에 배정한 전담 차량 없이 전국을 오가는 트럭 5대를 유세 일정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부산에 승합차 1대를 운용하고 있다.
선거 유세 차량은 고출력 음향 장비를 장착한 채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 거점을 다니며 선거운동용 음악과 연설 등을 송출한다. 음향 장비를 사용해 선거 유세가 가능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문제는 음향 장비를 활용한 선거 운동이 주변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최대 정격 출력, 음압 수준 등 각종 규제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차량에 부착하는 확성기 정격 출력은 40kw, 음압 수준은 150dB(데시벨)로 제한된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 120dB이다. 청력이 심하게 손상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전투기 이착륙 소음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선거운동용 노래를 송출해도 규제는 불가능하다.
선거운동에서 음향 장비 소음에 관한 규정은 2022년 신설됐다. 과도한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결과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제도에 규정된 소음 상한치가 비현실적으로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게다가 로고송 등 선거운동을 위한 음악이나 관련 내용을 재생하는 용도로 허용되는 녹음·녹화 기기는 소음 상한 규제에서 제외되는 허점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 소음에 대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운동 소음 상한치가 비현실적으로 높다면 제도 개정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확성기 사용 등 전통적 선거운동이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아가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게 사실”이라며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선거운동이 불가피한 측면을 고려하되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