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현수막 훼손 급증세… 선거운동원 폭행까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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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산 지역 훼손 70건 수사
정치 혐오 폐해 심화 방증 ‘씁쓸’

지난 16일 부산 사상구의 한 선거 벽보가 훼손된 모습. 부산일보DB 지난 16일 부산 사상구의 한 선거 벽보가 훼손된 모습. 부산일보DB

6·3 대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선거 벽보와 현수막 훼손이 과거 대선 선거운동 기간보다 크게 늘어났다. 선거사무원을 위협하는 사건도 다수 발생하면서 정치 양극화와 혐오가 낳은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3일까지 제21대 대통령 선거 벽보와 현수막을 의도적으로 훼손한 사례 25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5일 밝혔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산시선관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은 1건도 없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5건으로 늘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25건으로 지난 대선보다 5배로 증가했다.

경찰도 수사에 들어간 선거 벽보와 현수막 훼손 사건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부산에서 벽보 62건과 현수막 8건 등 훼손 사건은 7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하루 평균 5건 이상 훼손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벽보와 현수막 훼손이 지난 대선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정치적으로 과열되는 분위기 속에서 선거사무원 폭행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정당 선거 캠프는 충돌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최근 선거사무원을 위협한 사건 2건을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경찰에 고발했다. 동구에선 한 유튜버가 선거운동원 주변을 맴돌며 해당 후보를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 동래구에선 한 시민이 연설 중 난입해 선거 유세를 방해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국민의힘 선거캠프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김상민 대변인은 “연산교차로 등에서 저녁 시간 집중 유세에 나설 때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타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웬만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고 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정도가 심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 폭력적으로 치닫는 현상은 정치 양극화와 혐오가 커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이후 정치적 이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걸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내가 원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인정하는 민주주의 수용성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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