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불신 자초한 선관위의 사전투표 부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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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자에 빌미 제공 민주주의 해쳐
자체 상황 해결 능력 의문 책임 물어야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별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별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30일 치러진 6·3 대선 사전투표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한 각종 의혹 규명 등을 비상계엄 이유로 들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잡음 없는 선거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에서 선관위의 부실 관리가 또 불거졌다. 선거사무원이 배우자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났다. 이번 선거는 쪼개진 민심을 통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 불신을 자초하는 꼴이 된 것이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선거사무원이 남편의 신분증으로 투표용지를 발급해 대리투표를 마친 뒤 자신의 신분증으로 또 투표했다가 적발됐다. 계약직 공무원인 이 사무원은 이번 대선 투표사무원으로 위촉돼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관외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투표소 밖으로 나와 식사하고 돌아온 뒤 추가 신분 확인도 없이 투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선관위가 선거사무원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연이어 발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부실 관리 사례가 첫날부터 이어지면서 사전투표율은 34.74%로 마감됐다. 당초 역대급 투표율이 예상됐으나 2022년 대선 당시 36.93%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부실 관리 우려 때문에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부산에서도 사전투표 관련 각종 민원이 74건 접수되는 등 선거 불신 민심을 엿보게 했다. 벌써부터 선거에 패배한 쪽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시하며 선거 불복 주장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선 전 엄정한 관리를 약속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결국 국민에 고개를 숙였다. 본투표에서 유사 사례가 재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사과가 아닌 한층 공정하고 엄정한 선거 관리가 절실하다.

그동안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다. 이번에도 관리 부실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선관위 자체적인 상황 해결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감사원 감사 등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았다. 선거업무 관리 부실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훼손을 초래한다. 이미 우리는 선거 관련 각종 의혹 때문에 두 쪽으로 양분된 민심을 경험했다. 외부 감시 강화 등 선관위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선거 뒤 선관위에 엄정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선관위는 본투표 관리에 최선을 다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선관위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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