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양수도 위상 강화 계기 돼야
현 조직만 옮기면 해양 컨트롤타워 미흡
정체성 재정의하고 기능·권한 부여해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이전을 “빠르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해수부 내에 추진단이, 대통령 비서실에는 해양수산비서관이 신설돼 이전 업무를 관리한다는 방안이다. 대통령의 핵심 지역 공약인 ‘해양수도 부산’ 도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속으로는 말 못 할 걱정도 적지 않다. 정부 조직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해수부가 서울·세종의 네트워크에서 멀어져 오히려 ‘정책 외곽’으로 밀려날 우려 탓이다. 권한과 역할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청사를 옮겨도 해양수도의 미래는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해양국가다. 해양을 통한 무역 의존도가 99%에 이르고, 수산업은 국가 식량안보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해양 분야는 오랫동안 국정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해수부의 반복된 통폐합은 정부 내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해수부는 2008년 국토해양부로 통합되며 폐지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3년 부활했지만, 기능과 역할에 제한을 받아 왔다. 정책과 예산, 규제 권한이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에 집중되고, 해수부는 실무 집행에 머문다. 따라서 단순한 지방 이전은 능사가 아니다. 해수부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이전의 본질이 돼야 한다.
‘부산 해수부’는 과거의 보조적 역할을 벗어나야 성공한다. 어업과 항만 행정을 넘어 ‘해양국가의 컨트롤타워’라는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즉, ‘해양수도 부산’의 명실상부한 사령탑을 자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극항로 진출, 해양 에너지 개발, 해양 주권 수호, 해양금융·물류 통합 전략과 맞물려 해수부의 전략 수립 기능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예산·인사 권한, R&D(연구·개발) 기능도 재편돼야 한다. ‘부산 해수부’가 성공하려면 관련 기관·기능의 이전 및 연계도 동반돼야 한다. 세종시와 기타 지역에 분산된 해양 관련 연구소, 정책 컨트롤타워, 빅데이터 센터, 정책실 등이 함께 이전해야 실질적인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다.
부산은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7위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조선·수산·해양금융·해양교육·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과학기지, 한국해양대 등 유관 기관도 몰려 있다. 하지만 정책·예산 권한은 서울과 세종으로 분리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해양수도 도약의 출발점이다. 부산은 해양 주권과 해양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 해수부가 현장 중심의 실질적 위상을 구축하는 게 성공의 열쇠다. 그냥 현 상태의 해수부 조직만 옮기는 ‘껍데기 이전’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해양수도 사령탑에 걸맞은 기능과 권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